죽음을 앞두고 뭐가 그리 중요할까
세계적인 대규모의 지진이 예고되자 믿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제일 안전하다는 높은 산 위로 도망간 사람도 있고, 아예 믿지 않고 그들을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살아가던 어느 날, 직감이 왔다. 오늘이구나.
뭔가 단순히 흔들려서 물건이 떨어지는, 그런 지진이 아니라 땅이 울렁이는 느낌.
우르르 쾅쾅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바깥을 보니 벌써 땅이 울렁울렁하다 갈라지고 솟은 아스팔트 때문에 차들은 모두 엉켜있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로 아수라장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밀가루를 최대한 자제하던 나는 마지막 식사로 라면을 택했나 보다.
내가 일어선 자리 앞엔 다 먹은 라면 그릇이 있었고, 엄마는 방에서 거실로 나오며 이제 엄마가 밥 좀 먹을 테니 아이들을 보라고 하셨다.
밀가루를 먹지 않고 힘들게 버티던 지난 몇 달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이 상황에 그 기록이 깨지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우는 작은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큰 아이와 함께 책상 아래로 들어갔다.
살 수 있으면 우리 살아보자고, 죽게 되어도 최대한 고통 없이 죽어보자고.
책상의 단단한 부분 아래에 큰 아이를 앉히고 머리를 감싸는 법을 알려주고는 작은아이를 품에 꼭 안은채 잠잠히 지진을 기다렸다.
카톡은 쉴 새 없이 울렸다.
회개하고 기도 하라는 글이 여기저기서 날아왔다.
눈앞에 닥친 공포를 종교의 힘으로 이겨내 보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 번 더 아이들의 얼굴을 쳐다봤다.
엄마랑 책상 밑에 꽁기꽁기 들어와 노는 게 재밌나 보다.
죄를 많이 짓고 사는 세상에서 희생양이 되게 해서 미안해.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마냥 받기만 하는 사랑보다 행복하다는 걸 가르쳐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우리 아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