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단편zip

구름커피

by 차여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19기...”

“인사는 됐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직장에 들어왔다. 선한 영향력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일조할 수 있는 일이야 말로 내가 가진 사명이다. 모든 신입이 그렇듯이 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들뜬 마음으로 어젯밤 잠도 똑바로 못 자고 일찍 출근했다. 오늘부터 나는 진정한 천사로써의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니까!

출근하자마자 지난번 오리엔테이션에서 자신을 직속사수라고 소개한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한 손엔 구름커피를 들고 창가에 기대어 서서 하늘을 쳐다보며 날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이런 여유는 직장생활 몇 년차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일까? 선배의 헝클어진 머리칼도, 하늘을 쳐다보는 공허한 눈동자도, 은은하게 풍기는 구름커피의 향기도 모두 닮고 싶은 것투성이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 그게... 긴장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선배가 날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하늘을 쳐다보는 공허한 눈동자는 취소! 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야말로 정말 내가 닮고 싶은 눈동자다! 선배는 구름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날 향해 몸을 돌려 창가에 등을 기대고 섰다. 왠지 모르게 기합이 들어 몸을 더욱 바짝 세웠다.

“업무 시작 전엔 할 게 없는데, 아직 해가 뜨기까진 1시간 정도 남았거든.”

“그러는 너는 왜 이렇게 일찍 출근해 있는데?”

처음 보는 다른 천사가 구름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찡긋 윙크를 하며 구름커피 한 잔을 건넸다. 노란 머리가 인상적인 천사였다.

“난 이 시간대의 하늘이 너무 좋아. 이걸 놓칠 수 없지. 넌 퇴근?”

“응. 퇴근하려다가 너도 보이고 신입도 보이길래 커피 두 잔 타 왔지. 넌 이미 마시고 있구나.”

“커피 한 잔 하고 퇴근해.”

처음 보는 노란 머리 천사는 야간에 일을 하는 분 인 것 같았다. 일 끝내고 퇴근하는 천사들은 대부분 녹초가 되어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퇴근하는 것이 아니었나? 퇴근길인데도 출근길처럼 이렇게 쌩쌩한 천사는 또 처음 보는 것 같네. 두 분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살짝 긴장을 풀고 구름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 회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구름커피는 복지라고도 불릴 만큼 환상의 맛을 자랑하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왜 선배가 구름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하늘을 보는지도 알겠다. 해가 뜨기 직전 한 시간 동안의 하늘색은 무려 100가지나 된다. 구름커피와 구름이 가득한 100가지 컬러의 하늘이라니. 나도 중독될 것 만 같다.

“신입 데리고 한 바퀴 돌고 와. 너처럼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라 시키면 고문이야.”

선배는 그럴까, 하고 중얼거리며 남은 커피를 털어마셨다. 나도 부랴부랴 남은 커피를 모두 원샷하고는 컵을 내려놓았다. 노란 머리 천사 선배는 내 등을 툭툭 토닥이더니 컵을 가지고 나가셨다.

“지금 교차시간이라 근무 중인 천사들이 많을지는 모르겠네. 그냥 한번 구경한다 생각하고 한 바퀴 돌자.”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제 막 출근하는 천사들과 퇴근하는 천사들이, 그리고 여전히 일하는 중인 천사들이 너도나도 뒤섞인 정신없는 회사였다. 선배를 놓치지 않도록 확실히 따라가면서도 열심히 눈알을 굴려 다른 천사들을 구경했다.

“어이~ 신입이야?”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 일은 네가 하지. 우리도 우리 일을 하는 거고~”

너털웃음을 짓는 이 천사는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선배는 가자미 눈을 만들고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그 콧수염 좀 어떻게 하면 안 돼요?”

“아, 왜~ 너 콧수염 가지고 태클 걸 거면 얼른 지나가.”

콧수염 천사는 매력적인 콧수염 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콧수염을 기르고 다듬고 만지는 데에 엄청 열심이라고. 콧수염 길러도 돼요?라는 내 질문에 선배는 피식 웃으며 일만 열심히 하면 아무 상관없다고 이야기했다.

사무실을 한 바퀴 돌면서 여러 천사들과 이야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던 중 한 손엔 빵을, 한 손엔 콜라를 든 채 기대어 잠든 뚱뚱한 천사를 보았다.

“히익? 천사가 이렇게 뚱뚱해도 돼요?”

“쉿!”

선배는 재빨리 내 입을 막으며 주위를 살폈다. 깜짝 놀란 나는 다시 기합이 들어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선배가 살그머니 내 입에서 손을 떼더니 얼른 사무실 밖으로 날 끌고 나갔다. 나, 업무 시작도 전에 흠 잡힐 일을 한 걸까.

“우리 일은 좋은 말과 건강한 생각으로 운동해야 하는 일인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모든 감각을 열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일인 것도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부정적인 이야기나 타박은 스스로 삼키도록 해. 다른 천사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네...”

“방금 본 뚱뚱한 천사는 누구보다 열심히, 이곳에서 제일 오래 일하신 분이셔.”

“네? 근데 어쩌다가...”

“몸을 키워서 더 강해지려다가 저렇게 뚱뚱해져 버렸어. 몸무게를 늘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셨거든. 사실은 그게 아니었지만.”

“아....”

“이제 근무를 시작할 시간이야. 오티 했으니까 업무 숙지는 다 되었겠지?”

“네! 클라이언트가 나쁜 생각이나, 거짓말과 같은 나쁜 행동 등을 했을 때 세게 뛰어 자극을 주는 일입니다!”

“아무 천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라고. 자, 그럼 일하러 가자!”









“야, 근데 이거 들키면 어떡해?”

“하 씨, 너 그딴 소리 할 거면 따라오지 마. 아직 애냐? 들킬걸 겁내게?”

나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쿵쿵대는 가슴이 가라앉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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