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5.
2015년 7월 15일
마지막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 날이 6월 25일이구나.
너에게 알려달라고 하지 말걸 그랬어. 그럼 네가 알려주지 않았을 텐데.
엄만 왜 그런지 알게 됐어. 네가 떠나려고 했기 때문이었어.
코복아. 잘 지내니? 넌 어디 가있니?
엄만 혼자가 좀 힘들어졌어. 엄마 너무 힘들어 코복아.
너에게 다시 편지를 써야지 생각은 했는데 시간도 많았는데 그냥 뒀어.
청소도 많이 하고, 설거지도 많이 하고, 티브이도 많이 보고, 인터넷도 많이 하고, 심지어 널 힘들게 한 운동도 많이 했는데, 너에게 쓰는 편지는 그냥 뒀어.
언젠가 잘 가라고 편지 써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뒀어.
다시 편지 앞에 앉으니 내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엄마가 좀 힘들어서 그랬어.
널 보내고도 엄마는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며칠 울고 아파하고 어쩌다 한 번씩 눈물이 터지고 그 정도인 줄로만 알았는데 엄마가 엄마도 모르게 힘들었나 봐.
널 마주하는 게 힘들었나 봐.
뭐가 힘드냐고?
글쎄. 자주 악몽을 꾸고, 늘 기운이 없고,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고, 혼자 있기 싫어지고, 아기 엄마들을 보면 속이 상하고, 네가 생각나고, 슬픈 생각이 들까 봐 겁나고, 그림이 안 그려지고, 하고 싶은 게 없고, 네 아빠를 찾고.
마음이 이상하게 안정되지 않았어. 계속.
기운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슴과 배 사이가 쿵 내려앉는 느낌이 계속 들어.
속상한 기분이 가시질 않고, 자꾸만 쫓기는 기분이야.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없지만 증상은 사랑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데 기분은 그 정반대야.
한없이 막막해.
그나마 네 아빠와 있을 때는 아빠가 틀어주는 티브이를 보고,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와 같이 식사를 하고, 아빠 품에서 마음을 녹이면 시간도 빨리 가고 힘든 느낌을 지울 수 있는데 혼자 있으면 그게 잘 안돼.
근데 오늘 알게 됐어. 코복아.
네가 떠난 이유를.
엄마가 그렇게 너에게 강조했던 ‘네가 받은 축복’ 말이야.
엄마와 아빠가 서로 많이 사랑해서 네가 생겨난 거라고. 그 사실은 너의 인생에서 아주 큰 축복이라고 엄마가 말했었지.
근데 엄마가 잘 못 안 것 같아. 그 축복 말이야.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어.
너한테는 그냥 편안하고 따스한 품이 필요한 거였는데 어리석은 엄마가 네가 마치 우리 사랑의 결과물인양 대하면서 너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대했어.
네가 나를 위한 축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나는 널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밀어내고, 임신과 출산으로 잃을 내 자리만을 생각하며 너를 위한 품은 조금도 내어 놓지 못했어.
미안해 코복아. 넌 알고 있었지?
엄마의 어리석음이 너를 오랫동안 길러내지 못할 거라는 걸.
코복아 드디어 엄마가 좀 졸려. 엄마 좀 잘게.
또 언제 너에게 편지를 쓸지 모르지만 그동안 잘 지내길 바라.
평안한 곳에서 사랑받으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