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같은 게 어때서요?

콤플렉스 한 숟갈(Ep.02)

by 팔이공


27살이 된 무진이는 오늘도 합정역 2번 출구로

환승을 하기 위해 바쁘게 달린다.

‘아, 또 뛰어야 해?’라며 매일 하게 되는 혼잣말.

그래도 뛴다. 안 달리면 지각이니까, 별 수 없잖아.


생각해 보면, 무진이는 어릴 적부터 달리는 게

좋았다. 체육 시간엔 공이 있든 없든 운동장을

뛰었고, 쉬는 시간에도 늘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 ‘무진이 빠르다!‘라고 말하면,

그 순간 무진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상한 말이 붙었다.

엎친데 덮친 격, 그로부터 얼마 후.


체육 시간 뒤 교실로 돌아왔을 때 무진이 책상

위엔 낙서 하나가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쿵 꺼지는 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애들은 태연히 웃었고, 장난이야~라는 말투는

전혀 장난 같지 않았다. 그날 밤, 무진은 양치하며

거울 앞에 서서 입술 위를 살폈다.

인중에 수염 난 거 아니냐는 친구들에 말이

무심코 떠올랐기 때문일까?


손끝으로 문질러보다가, 수건으로 몇 번이고

닦아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 어딘가가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다음 날, 무진은 체육 시간에도 달리지 않았다.

슬리퍼 소리만 운동장에 커다랗게 울렸다.

체육복을 꺼내는 손도 괜히 느렸고, 공을 찼을 때의

기쁨은 어느샌가 부끄러운 감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여자니까, 여자처럼 해야 맞는 걸까?‘

‘근데 여자처럼, 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거지?‘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꼭 모으는 일?

점심시간에 입을 꼭 가리고 웃는 일?

땀이 나면 괜히 부끄러워 뛰지 않는 일?


그런 걸 ‘노력’해보기도 했다. 작게 웃고,

말수를 줄이고, 되도록 가운데에 나서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럴수록 무진은 점점,

안에서 막혀갔다. 누구도 막지 않았지만,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숨이 막혔다.


어떤 날은, 혼자 벤치에 앉아 신발끈을

고쳐 맸다. 아이들은 공을 차고 있었고,

무진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냥 좋은 건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지..?’하고.


무진이의 몸은 여자였지만, 마음은 늘 그보다

더 복잡했다. 남자 같은 것도, 여자 같은 것도 아닌,

그냥 ‘무진‘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다짐한다.

나는 오늘도 내 몸으로 달릴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건 누가 뭐라 해도, 잘못된 게 아니니까.


이건 ‘틀림’이 아니라 ‘남 다름‘이었다.

그리고 남다름은, 누구의 기준으로도 정의될 수 없다.


이제 무진은 안다.

‘여자 같은, 남자 같은 ‘이라는 말 뒤에는

진짜 ‘나다움’이 빠져 있다는 걸.


사람들이 그어놓은 선 사이에서

무진이는 오늘도 몸으로 돌파한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달린다.



누가 정했을까요, 어떤 행동은 여자답고 어떤 건 남자답다고. 그런 말들 속에서 움츠러든 적이 있다면, 지금은 그 모든 모습이 당신의 한 부분이었다는 걸 기억해줘요.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답게 살아갈 자격있으니!

오늘도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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