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이 어때서요?

콤플렉스 한 숟갈(Ep.01)

by 팔이공


햇살이 따스한 3월의 캠퍼스.

진하는 새 노트를 챙겨 들고 한껏 들뜬 발걸음으로

학교에 들어섰다. 달라진 계절만큼이나 마음도

환하게 피어있던 그때,


동기 하나가 불쑥 말을 건다.

그 말은 그날 이후 종종 되풀이됐다.

너무 무심해 보인다는, 영혼 좀 담아달란 말들.


하지만 정작 진하는 무슨 일도 없었다.

오하여 꽤 괜찮은 날들이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꾸 이 얼굴이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말할까?


거울 앞에 선 진하는 생각한다.

‘진짜 나 너무 무표정인가..?’

‘인공지능도 나보다 더 감정 풍부한 거 아냐..?‘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해보지만, 마음 한편이

묘하게 찜찜하다. 사람들이 자꾸 ‘있는 그대로‘의

얼굴에 의미를 덧씌우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그 얼굴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상한 건 그들인데, 이상한 사람은 내가 되는 거다.


그렇게 진하는 점점 ‘나, 무표정 콤플렉스 있어 ‘라고

말하게 되었다. 행복한 순간에도 괜히 억지웃음을

떠올려야 할 것 같은 기분.


근데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진하의 표정은

그냥 ‘진하의 얼굴‘이었다. 어릴 적부터 별반

다르지 않던, 익숙한 얼굴.

속이 맑을 때도, 기분 좋을 때도 그랬던 얼굴.


다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그 표정을, 나는 왜 그렇게 억지로 지어야 할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교양 수업 발표 날, 진하는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교수님은 진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용은 좋은데, 밝은 표정을 지으면 나을 거 같네요 ‘


진하는 속으로 외쳤다.

안 그래 보여도, 내적텐션은 200%였다고.


모두가 같지 않다는 건 어릴 때부터 배워왔는데,

왜 감정 표현의 방식은 하나로 통일돼야 하는 걸까?

웃어야 친절하고, 찡그려야 진지한 걸까?

나는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


표정은 진하의 감정을 배신한 적 없다.

단지 그 표정을 해석하는 세상이 조금 시끄러웠을 뿐.


진하가 다시 스스로를 바라본다.

‘이게 나답고, 편한 얼굴인데 ‘


그렇게 진하는 오늘도 ‘무표정‘이라는 말 너머의

자신을 생각한다. 그저 나다운 얼굴을 지녔을 뿐인데,

왜곡된 시선이 자꾸 고쳐야 할 무언가처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얼굴이, 나의 고유한 언어라는 걸.


감정이 꼭 얼굴로 증명돼야만 할까.

진하는 더 이상 그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얼굴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나답다는 걸 아니까.



말수가 적어서, 표정이 없어서
괜히 오해를 살까 봐 더 조심하게 되는 날들이 있죠. 사실은 마음 안쪽에서 분명히 웃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런 당신의 고요한 표정도, 누군가에겐 따뜻한 풍경일지도 몰라요.

안녕하세요 작가 팔이공입니다. 살다 보니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 시선에 의해 나름 괜찮다 여기며 사랑하던 나의 어느 부분이 ‘콤플렉스’가 되어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제 글은 그런 에피소드를 담아냅니다. 이 글을 통해, 콤플렉스를 딱한 숟갈만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길 바랍니다. 스스로를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은 무척 찰나이니까요.

오늘도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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