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한 숟갈(Ep.05)
22살 중원이는 마지막 휴가를 나오자마자
집 근처 대형마트로 향했다. 쉴 틈 없이 골라
담은 간식과 식료품으로 장바구니는 금세
가득 차올랐다.
마트를 통째로 옮긴 듯 두 팔 가득 든 짐을 들고
현관에 들어서자, 이내 엄마는 익숙한 반응을 내놨다.
‘군대에서 밥 못 먹고 다니니..?’
‘그놈의 먹성은 군대를 가도 도무지 줄지를 않네..‘
여기에 혹시나 아쉬울까 아빠도 한 마디 보탠다.
‘아이고~중원이 또 먹을라고! 잘 먹는 건 좋은데,
좀 과하지 않냐? 배 좀 봐가면서 먹어야지~‘
그 말들을 대수롭지 않은 흘러가는 냇물처럼
흘려도 될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원에게는 꽤 오래된 문장들이었다.
비단 그뿐인가. 어릴 때부터 급식을 두 번 받아
먹을 때면 또 먹어?라는 말이 빠지지 않던 그였다.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양 웃고 넘겼지만,
반복된 말들은 어느새 그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중원은 먹는 걸 좋아했다.
맛이 혀끝에 스며드는 감각,
입안이 따듯해지는 순간이 그저 좋았다.
그 한 입의 작은 만족이 삶의 활력처럼 느껴졌으니.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 감각에 ‘절제 없음‘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나아가 ‘먹성 좋다 ‘는 말속에는
칭찬도, 걱정도, 때로는 은근한 비판도 함께 담고
있었기에 중원은 그 모호한 인식 속에서 그전보다
조심스레 입을 벌려 음식을 먹는 사람이 되어갔다.
언제부턴가는 먹기 전에 눈치를 보기도 했다.
장바구니 앞에서도, 식탁 앞에서도
‘나 너무 많이 먹나..‘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식욕은 취향이 아닌 결함처럼 느껴졌고,
즐기는 행위는 통제해야 할 문제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중원은 결코 무절제한 사람이 아니다.
배가 고파오는 적절한 때에, 그저 음식 앞에서
솔직할 뿐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그가 아니라, 숟가락 얹듯
지나치게 한 마디씩 얹던 말들과 그보다
무거운 시선이었다.
그 무게에 눌려 움츠러들던 중원은 어느 날,
혼자 밥을 차려 먹으며 펄펄 끓여낸 김치찌개의
첫 숟가락을 입에 넣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짜 맛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눈치도, 기준도, 핀잔도 없이 그저 맛있는 걸
먹는 자기 자신이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단순히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라,
맛을 아는 사람임을 깨우칠 수 있었다.
그래서 중원은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타인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의 입맛을.
그게 가장 솔직한 식욕이고, 가장 건강한 식단이니까.
나아가 되새긴다.
기준을 바깥에 두는 것이 아닌,
자신의 리듬과 감각 안에 두는 것이
‘건강한 태도‘라는 걸 날마다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중원은 오늘도 잘-먹는다.
욕심 없이, 거리낌 없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를 만드는 일이기에!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만은 아니었을 거에요. 그걸 좋아했던 나날도, 괜히 미워했던순간들도, 모두 당신의 일부였으니까요.
이제는 그 식탁 위의 당신을, 조금씩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늘도 함께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