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게 어때서요?

콤플렉스 한 숟갈(Ep.06)

by 팔이공


‘저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19살 지수는 간호학과 수시 면접을 앞두고

자기소개서 첫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곤 이 말을 적어도 괜찮을까,

며칠째 펜을 내려놓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어려서부터 지수는 눈치가 빠르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친구가 조금만 말이 없어도

먼저 상태를 살피곤 했고,

교실 뒤편에서 선생님의 눈썹이 찌푸려지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리곤 했으니. 그래서 처음엔

그 말이 장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차 그 말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날, 급식 줄을 서며 줄 서기 문제로

앞 친구에게 한 마디 건넸다가 붙은 작은 말싸움이

끝날 때까지 지수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타들어가듯 뾰족하게 아려왔다.


‘그만해~신경 쓰지 마~‘

그런 그녀를 달래러 온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했지만,


지수는 그저

‘왜 그렇게까지 작은 부분을 가지고 신경을 써?‘

라는 시선만 줄곧 받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그냥 넘어가면 되지 피곤하게..‘라는

말은 보너스로 따라붙기도 했으니.


그런 친구들의 반응들에 지수는 고스란히

움츠러들었다. 웬만하면 자신을 감추고,

말수를 줄이며 그렇게 목소리를 줄인 채

더 단단해지려 애썼다.


조금이라도 더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유난스럽다 ‘라는 평가마저 코 앞에서 받을까 봐서.

그렇게 날마다 마음의 문도 닫아가는 지수였다.


하지만 병원 실습 체험의 날, 환자의 손 떨림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도, 급하게 의자를 치운 것도

지수였다.


또한, 환자가 불편해하는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간호사에게 조용히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치료 중 갑작스레 변한 환자의 미세한

호흡 변화를 감지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경험도 있다.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민감함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도 ‘예민하다 ‘는

문장을 자신 있게 적어두기로 했다.

더 이상 숨기고 픈 단점이 아니라,

간호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성질이니까.


예민하다는 건,

나를 지키면서 타인을 더 섬세하게

마주할 서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그걸 안다.

그리고 그걸, 지수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던 찰나,
남몰래 발견하고 끄덕이던 찰나,
그것들은 모두 당신의 예민함이 아닌,
섬세함이 빛나던 순간이에요.

그러니 이제는 그 감각을 스스로 의심하기보다
믿어도 괜찮아요. 그건 누군가에게 분명 다정한 힘이 될 테니까요.

오늘도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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