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서랍

by 연경

언젠가 넣어둔 기억들이

닫힌 서랍 속에서 제들끼리 몸을 비빈다


분명 눈부신 빛깔이었는데

어둠을 오래 견딘 탓일까

모서리마다 닳아버린 무채색의 풍경들


버리자니 아쉽고

꺼내자니 낯선 마음들이

녹슨 경첩 사이로 삐걱대며 말을 건다


먼지를 털어내면 다시 반짝일까

아니면

바랜 그대로가 더 아름다운 것일까


닫아둔 시간의 틈새에서

오늘도 문득,

익숙한 향기 하나가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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