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는 젖은 손으로 거울을 닦았다. 습기 서린 거울 속에는 낯선 사내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매주 반복되는 이 무의미한 세면이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질서였다. 그는 결코 깨끗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누 거품을 낸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낀 시커먼 기름때는 이제 피부의 일부가 되어, 아무리 문질러도 씻겨 나가지 않았다.
그는 어제 읽은 신문 구석의 부고 기사를 떠올렸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동창의 죽음. 누군가의 삶은 한 문장의 활자로 요약되어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자신은 여전히 이 눅눅한 욕실 안에서 비누 향에 취해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애쓴다. 그것은 생존이라기보다 차라리 지독한 관성에 가까웠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낡은 책상 앞에 앉았다. 서랍 안에는 쓰다 만 편지 뭉치들이 가득했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는 글자들은 종이 위에서 벌레처럼 꿈틀댔다. 그는 펜을 들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이미 세상의 모든 단어는 오염되었고, 자신의 진심을 담아낼 그릇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창밖으로는 소음 섞인 도시의 불빛이 명멸했다. 저 화려한 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말하고 정의를 논하겠지만, 상우에게 그것은 모두 정교하게 짜인 연극의 소품일 뿐이었다. 그는 조용히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자신의 앙상한 뼈마디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내일도 오늘과 똑같은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설 것이다. 씻어낼 수 없는 기름때를 응시하며,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이 지독한 일상을 묵묵히 견뎌낼 것이다. 그것이 그가 아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