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위 점점점

by 연경

태양 빛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정오의 경기장. 트랙 위로 붉은 점들이 폭발하듯 튀어 나간다. 공기는 뜨겁게 달궈져 아지랑이를 만들고, 그 사이를 가르는 것은 근육의 떨림과 운동화 밑창이 바닥을 치는 타격음뿐이다.


서준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시선은 오직 저 멀리 보이는 결승선의 하얀 선에 고정되어 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는 뜨겁지만 신선하다. 심장 박동은 고동 소리처럼 고요한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옆 라인의 주자가 시야에서 멀어지고, 오직 자신과 트랙만이 남은 감각.


관중석의 함성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사진의 발바닥이 지면을 밀어내는 반발력, 그리고 온몸을 휘감는 바람의 마찰력만이 실재한다. 마지막 십 미터. 그는 상체를 앞으로 더 내민다. 중력을 거스르는 도약이 아니라, 중력을 이용해 앞으로 쏟아지는 가속이다.


가슴팍에 닿는 하얀 테이프의 서늘한 감촉. 그 순간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는 멈추지 않고 트랙을 한 바퀴 더 돈다.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지만 불쾌하지 않다.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전광판의 숫자는 멈춰 서서 그의 기록을 찬란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는 무릎을 굽히지 않는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뜨거운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뻗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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