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녹슨 철근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짓다 만 것인지 허무는 중인지 알 수 없는
기형의 수직
태양은 가차 없이 수평을 묻고
그림자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누구의 비명도 복제하지 않는다
우리는 안전이라는 이름의 깁스를 하고
부러진 생의 감각을 숨기며 산다
금 간 벽 너머로 건네는 안부는
습기 찬 유리창에 쓴 비문(碑文) 같아서
누구의 폐부에도 닿지 못한 채 흘러내린다
무너지는 것은 소음이 없다
다만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붉은 녹이 슬어갈 뿐
박제된 평화가 가장 견고한 감옥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앙상한 뼈마디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