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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토너 May 16. 2019

뛰고 나면 이렇게 좋은 것을

트레드밀 달리기

무기력함이 쉬이 가시지 않는 일주일의 절반을 보냈다. 화요일, 수요일에는 달리기를 하려고 했지만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집에 와서 뛰러 나가지 않고 맥주를 마시며 야구경기를 봤다. 체력 하면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왔고, 습관처럼 피곤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다.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봤다. 주 초반에 예상치 못하게 일이 바빴고, 물에 젖은 수건처럼 축 쳐진 상태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또 더워서 좀처럼 나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상태가 며칠 째 이어지고 있던 것이 아닐까.


그냥 뛰기 싫었다는 이유를 구구절절 풀어보았다. 일단 집에 들어오면 전과 다르게 나가기가 귀찮아진 게 문제니, 퇴근길에 사내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뛰고 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운동화를 챙겨 출근했고, 퇴근하자마자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몸을 가볍게 풀고 트레드밀에 올랐다. 트레드밀을 뛸 때는 대개 '맛있는 녀석들'을 보게 된다. 맛있게 먹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뛰고 나서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뛴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어느 한 채널에서는 하기 마련인 방송인데, 오늘은 아무리 돌려봐도 없었다. 그래서 야구 중계를 해주는 채널을 찾았다. 내가 응원하는 NC 경기는 SPOTV2에서 방송을 하는 날인데, 아쉽게도 없어서 내일부터 상대하게 될 LG의 경기를 틀고 뛰었다. 팽팽한 투수전을 보며 공동 3위권을 다투고 있는 LG와의 3연전이 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트레드밀에 속도와 거리 등의 정보가 다 표시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가민 시계를 차고 뛰었다. 뛸 때마다 트레드밀에 표시되는 속도와 시계에 표시되는 속도가 차이가 나서,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뭘까 여러 가지로 시도를 해봤었는데 팔의 움직임이 큰 것 같았다. 실내 러닝 모드로 해놓고 뛰면 GPS 정보가 없으니 시계를 차고 있는 팔의 움직임으로 속도와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상대적으로 케이던스 수(발 회전수)가 높은 편이고 그에 따라 팔 움직임도 많아지기 때문에 트레드밀에 나오는 속도보다 빠르게 측정되는 것이 아닐까, 잠정 결론 지었었다. 오늘 역시 트레드밀에서 측정해 준 것은 거리 8.58km, 시간 52:35(걷는 시간 포함), 평균 속도 9.8km/h 였으나 내 가민 시계가 측정해 준 것은 10.02km, 시간 49:22, 평균 속도 12.2km.h였다. 당연히 기록을 더 좋게 측정해주는 가민 시계의 데이터를 따랐다. 와 그래도 주 1회 러닝은 간신히 지켰네. 샤워를 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고 신났다.


집에 도착한 뒤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을 에어 프라이기에 데웠다. 어제 시키자마자 먹은 치킨은 따끈하고 바삭해서 맛있었는데, 오늘 10km를 뛰고 먹은 치킨은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내 목구멍을 넘어가는 맥주는 어제보다 조금 더 청량했고, 튀김은 탄산 가득한 맥주에 찰떡같이 달라붙었다. 튀김 안의 닭가슴살은 단백질 보충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아 운동하고 이렇게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몸이 무겁고 피로하다고 느낄수록 뛰면 한결 가벼워질 것을 나는 알면서도 힘들다는 핑계를 대면서 피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하고 나서 깨닫는다. 뛰고 나면 이렇게 좋은 것을. 치맥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뛰고 나서 먹는 치맥은 조금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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