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라토너 May 11. 2019

2주 만의 달리기

남산 한바퀴

2주 전 하프 마라톤 뛴 후 뛰지 않은지 언 열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머리로는 '뛰어야지'를 되뇌었지만, 한번 안 뛰기 시작하면 다시 시작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늘은 꼭 뛰어야지 생각하고 잠들었지만 일어나니 이미 아침 9시다. 아 늦었는데.. 나갈까 말까 침대에서 10분은 고민하다가, 다음 주 하프 마라톤 대회 준비도 해야하고 이번 주에 연이어 과식했던 것을 반성하며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달리기 시작한 시각은 9시 반인 데도 이미 공기가 후덥지근했다. 이 정도면 다음 주에 하프 뛸 때는 상당히 더울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예상됐다. 소월길을 지나 은은한 오르막을 힘겹게 올랐다. 오늘은 오르막을 오를 때 뒤꿈치를 아예 쓰지 않고 '미드풋'으로 달려봤다. 그래서인지 속도가 조금 더 잘 나왔던 것 같다. 그래도 힘든 건 매한가지여서 북측순환로 입구에 들어가서 간신히 한숨을 돌리는데, 분홍색 티를 입은 사람들이 맞은편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숨 넘어갈듯 뛰어오는 사람들부터 점점 '펀런'하는 느낌의 사람들, 여자친구의 안위를 물으며 조심조심 뛰는 커플들, 아예 걷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내 눈 앞을 지나갔다. 기념티를 자세히 보니 ytn bbb 마라톤이라고 적혀있어서 나중에 찾아봤더니 팔각정에서 시작하는 6km, 3km 코스가 있는 대회였다. 참가비는 전액 기부되었나 본데, 있는 줄 알았으면 신청할걸 싶었다. 남산의 오르막 내리막 도로를 주로로 넣는 대회라니, 완전 내 스타일인데! 아쉬웠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북측순환로를 달려 나가서 한 바퀴 마무리를 하니 10시 20분 정도가 되었다. 오르막 구간에서 뒤꿈치를 안 쓰고 뛰어서인지, 동일 구간 내 최고 기록을 기록하긴 했지만 유독 입이 타고 속도 안 좋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어제 술을 좀 마셨구나. 역시 해장런은 좋지 않다. 다음 주 대회 전날에는 술 대신 물을 많이 마셔두리라 다짐했다. 이렇게 더워서야 원, 잘 뛸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GPS가 잘 안잡힌 모양인지 지도가 반만 찍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달리기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