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주에 다짐한 '7시 전에 뛰기 시작'은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주보다 30분 일찍인 7시 반에 뛰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도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더니 그렇게 더운 기운이 들지 않아 뛰기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늘은 평소 뛰는 방향(남산도서관을 마주 보고 오른쪽)과 반대로 뛰어서 한 바퀴를 돌아오기로 하고 왼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에어팟도 장착했고, 노래는 지니 플레이리스트를 랜덤 재생으로 해놓았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산 북측순환로 출구를 맞이했다. 오르막이 바로 나와서 이 방향으로 뛰는 것을 썩 선호하지 않는데 오늘은 이왕 내가 선택한 것이니 열심히 뛰어내기로 했다. 그 언덕을 뛰는 것은 그야말로 '뛰어낸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오랜만에 맞이한 언덕에 어쩐지 전투력 상승이 된 것 같았다. 보폭을 줄이고 회전수를 높여 뛰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내 몸을 덜 힘들게 한 것일까. 시계를 보니 오르막인데도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지 않았다. 역시 에어팟은 위대하다.
생명수 같았던 아리수
몇 번의 고개를 넘어 4km를 달려 북측순환로 입구가 보이자 자연스럽게 급수대로 달려갔다. 아리수를 마시며 이대로 빠져나가서 소월길을 달려서 돌아갈까, 아니면 다시 북측순환로로 나갈까 고민했다. 아리수를 한 번 더 퍼올리며 오랜만에 북측순환로 왕복을 뛰어내자고 결심했다. 북측순환로 왕복은 거의 반년만인 것 같다. 한 때 그렇게 열심히 뛰던 곳인데. 왕복 2회전도 거뜬하게 하던 때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를 대기엔 그 시각 그곳을 뛰고 있는 사람들 중 내가 제일 어린 축인 것 같아 보였다. 열정적으로 하지 않지만 그래도 끈을 놓지 않고 여전히 달리고 있으니 그거면 됐다고 나 자신에게 격려해주기로 했다.8월의 주말 아침이니까.
반환해서 뛰어가는데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갑자기 끊겼다. 한껏 거칠어진 숨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뛰고 있었나 싶어서 한층 더 힘들어졌다. 노래를 들으니 숨소리가 안 들려서 약간 갑갑했는데, 막상 노래 대신 숨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것이었다. 그냥 거리가 누적됐으니 힘들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실험해봐야겠다. 다음 한 번은 완전히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그다음은 노랫소리 없이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