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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토너 Sep 09. 2019

운동할 땐 90년대 히트곡이 제맛

피티샵에 가면 트레이너는 내가 오늘 할 운동 기구들을 정비하고 있거나 본인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때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음악은 여지없이 90년대 댄스음악이다. 본인이 좋아했던 음악이 나오면 한 마디씩 하는데, 그는 내가 본인과 동세대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서태지의 하여가가 나오면 “오~~ 서태지 노래가 나오다니!” 하면서 잇몸 미소를 천진하게 드러내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 흐르면 “아 신해철이 그렇게 갈 인물이 아닌데… “ 라며 탄식을 내뱉는다. 언타이틀의 날개가 울려 퍼지기에 나도 모르게 들썩거리고 있으니 “이야 언타이틀도 진짜 인기 많았는데 요새 뭐하고 지내나 모르겠네요”라고 말을 건넨다.


나는 HOT나 젝키 세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2년은 늦게 나온 신화나 god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한창 인기 있었을 때 역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으니, 팬질을 각 잡고 할 수 있는 나이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동방신기 세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나름 그 시절 어릴 때 최신가요를 그나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악보도 사고, 인기곡들을 나름 엄선해서 (아마 불법이었을) 녹음한 테이프도 월별로 샀었다.(https://kyha21.blog.me/80128022750) 그래서 서태지, 신해철, 언타이틀을 던져도 받아칠 수 있었을 것이다.


피티샵에서 운동 중에는 힘들어서 전혀 들리지 않지만, 운동 시작 전과 세트 사이사이에 들려오는데 이게 꽤 비트도 빠르고 신이 나서 다음 세트 들어갈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억나는 곡들은 코요태 미련, 터보 Love is, 김현정 그녀와의 이별, 되돌아온 이별, 베이비복스 get up, …. 매일 새로운 노래는 아닌 것 같고 리스트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궁금해하던 차에 피티샵을 나가다가 출처를 알게 되었다. 바로 ‘90년대 댄스음악’이라고 쓰여있는 유튜브를 항상 틀어놓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요즘에 나도 90년대 댄스 무대 영상을 보곤 한다. 오늘은 97년도 1위 후보 노래들 무대를 모아놓은 영상을 봤다. 쿨, 김현정, HOT, 젝키, UP, 룰라, 언타이틀, 영턱스클럽, 김경호, … 이렇게 늘어만 놔도 다양하고 바로바로 노래가 떠오르는 가수들이다. 97년은 쿨의 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쿨로 시작해서 쿨로 끝나는 느낌이었다.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무대를 보고는 이 노래가 97년 노래였나 싶어서 놀랐고,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미모(?)에 또 놀랐다. 폭발적인 가창력에는 새삼 감동했다. 한때 이정이 부른 버전에 꽂혀서 자주 들었었는데 원조의 전성기에는 못 당하겠다 싶었다.


오늘 오후 남산 북측순환로를 한 바퀴 뛰기 전에 플레이리스트를 점검했다. 노래가 모자라다 싶어 아까 97년도 영상을 보다가 좀 더 찾아봤던 김현정의 노래를 몇 곡 추가했다. 그녀와의 이별, 되돌아온 이별, 단칼, 너 정말? 이렇게 다섯 곡을 넣었다. 달리기 후반부에 김현정 노래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 숨차네 걸을까’ 하던 내 나약한 마음을 단칼로 잘라버렸다. 언덕배기 달리기를 할 때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보다는 신나게 쭉쭉 올라가는 김현정 노래가 많은 도움이 된다. 다음에 한강을 뛸 때는 쿨 노래를 몇 곡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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