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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Feb 06. 2018

꼭 알아두어야 할 패딩의 출처

따뜻함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동물들을 희생하는 인간들

올 겨울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이례적인 한파가 한국에 밀어닥쳤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당연히 강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겨울 옷을 샀다. 

경영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암기하고 있는 문장이 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라는 말이다. 웬 뜬금없이 경영학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분명 연관성이 있다.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패딩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 거기에 필요한 '털'도 더 많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친구가 입고 온 패딩을 보며 "이야~ 이거 구스 다운이네!" 이란 말을 하며 감탄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부터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구스다운(Goose-down)'이란 거위의 깃털을 뜻하는 말로 특히 가슴 부분과 배 부분의 털을 가리킨다. 무게가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 패딩 내부의 충전재로 많이 쓰이고 있다. 도대체 왜 구스다운 재킷을 입는 것이 문제가 될까? 아래의 사진을 먼저 보자.


출처 : http://www.humanedecisions.com/duck-and-goose-down/


위의 사진은 털이 뽑혀나간 거위들의 모습이다. 독자들의 심신안정을 위해 최대한 덜 가학적인 사진으로 골랐다. 구글에서 'goose-down ripped out'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더 처참한 장면들을 볼 수 있다. 


패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전재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거위가 필요하다. 물론 인공 충전재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따뜻한 실제 동물의 털'을 선호하니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법.


우선 우리는 거위의 깃털을 얻는 방법부터 인식해야 한다. 그 방법은 너무 잔인해서 묘사하기 싫을 정도인데, 사람이 살아있는 거위를 손으로 움켜잡고 무자비하기 털을 뽑아내는 식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물며 인간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만 뽑아도 아파서 몸부림치는데, 배와 가슴에 붙어있는 털을 한꺼번에 잡아 뽑았을 때의 고통을 상상해 보라. 너무도 끔찍한 만행이다. 아, 참고로 거위는 잡초가 아니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오만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스다운을 생산하는 농장 주들은 1년에 몇 번이고 거위의 깃털이 다시 자라는 족족 끊임없이 뽑아낸다. 거위의 피부가 다 아물기도 전에 말이다. 따뜻함을 얻기 위해 따뜻함을 버리는 우리는 과연 떳떳할까? 


출처 : http://korean.realsheepskinrug.com


거위에 이어 고통받고 있는 동물이 더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너구리다. 모피의 채취 방법 또한 알게 된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우선 PETA(동물보호단체)가 촬영한 미국의 일부 농장에서는, 너구리와 같은 동물들에게 쇠막대를 물리고 전기를 흘려 기절시킨 후 모피를 채취한다. 과연 미국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은 더 최악이다. 


모피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벗겨내야 뻣뻣해지지 않기 때문에 사체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살아있는 너구리를 땅바닥에 눕혀 놓고 쇠 막대기로 목 부분을 후려 친 다음, 칼로 너구리의 살갗을 찢어 벗겨내는 게 그 순서다. 


별로 관련성은 없지만 중국이라고 해서 너무 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모피를 생산하는 방식은 한국의 부끄러운 과거의 만행과 비슷하다.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인데, 옛날에 시골에서 개고기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개를 묶어 놓고 두들겨 팼다고 하는 그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무튼 너구리에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잘 입지 않는 모피 패션에 비해 패딩은 안 입고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필자는 지금 패딩을 입고 다닌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동물들이 이런 식으로까지 희생당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퍼트리고, 알리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만 할까?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나 하나 사는 것쯤이야'가 아니라 내 선택으로 공급량이 느는 만큼 더 많은 동물들이 비윤리적으로 학대당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현대는 수렵생활을 하는 원시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꽤나 많은 대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 웰론(Wellon)이나 프리마로프트(PrimaLoft) 같은 신소재 섬유로 만든 패딩도 있고, 리사이클 다운(Recycle-down)이라는 안 쓰는 거위 털만 수거 해 재가공하는 방법도 있다. 외국의 한 업체는 거위가 털갈이를 하거나 빠진 털들만 수거하여 옷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입춘이 지났음에도 막바지 한파로 여전히 추위를 겪고 있다. 혹자는 '여태껏 그래 왔는데 무슨 유난이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앞장서서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어떨까? 패딩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깃털의 출처를 물었을 때, 세세히 가르쳐 줄 수 있도록 말이다. 그와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도 함께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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