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앞날만 신경 썼는데, 엄마도 왜 내 앞날만 신경 써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나이테의 주름을 세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있다.
성인이 된 것이다.
정확히 뭐라고 해야 할까, 성인이라는 기준을.
법적 성인 나이? 신체적 성장 나이? 혹은 정신적 성숙도를 염두한 나이?
그중 어떤 게 그 기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나는 이제 시간의 흐름이 나를 추월해 서둘러 속도를 내려한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것을 누가 알려준 것은 아니다.
마치 사람마다 인생의 시스템이라는 게 존재하고 알람 기능이 세팅되어 있어 벨이 자동으로 울리는 것처럼 홀연히 깨닫게 된다.
예전엔 그저 친구들과 목구멍으로 소주 한 잔 털어 넣으며 우스갯소리로 '이야 너 많이 늙었다'라며 말하곤 했었는데, 더 이상 장난스럽지 못하는 그 순간이 온다.
무심코 엄마의 눈을 보았을 때.
삶의 무게를 견디다 조심스럽게 내려앉은 그 눈을 보았을 때.
잠시 통나무에 앉아 쉬어가듯 주저앉은 눈꺼풀을 보았을 때.
그 순간,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내 마음만 덜컥 내려앉는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보던 그 사람.
옷도 내 마음대로 못 입게 하던 그 사람.
라면 하나 먹는 것도 간섭하던 그 사람.
긴 세월의 흐름 끝에 나타나는 선명한 변화를 왜 나는 눈치 채지 못한 걸까.
우리의 눈은 맨날 보는 것은 가볍게, 가끔 보는 것은 무겁게 보게끔 설계되어 있나 보다.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도록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이라는 썰매에 탄다. 순탄한 여정과는 달리 사방에서 매섭고 얼음장 같은 역풍이 불어온다.
내가 멈추고 싶을 때마다 혹은 그만 내리고 싶을 때마다 썰매를 대신 움직여주는 힘. 바로 그 사람.
나는 내 앞날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 사람도 내 앞길 하나만 보고 달려왔나 보다. 몇 천일쯤 지나 겨우 고개 돌려 뒤를 돌아보니 내 썰매를 밀고 있는 당신. 나를 꽉 붙잡은 두 손엔 이미 세월이란 놈이 수많은 상처를 만들었네.
당신도 당신의 인생이 있을 텐데. 당신도 당신의 이름이 있을 텐데 나는 당신이 힘들 때 당신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없는 게 참으로 한탄스럽다.
엄마
나는 그저 앞만 보느라 여태껏 누가 밀어주었는지 몰랐나 보다.
엄마
나는 매일 같이 내 얼굴만 치장하느라 엄마의 얼굴은 눈여겨보지 못했나 보다.
엄마
엄마, 언제 그렇게 눈이 처졌어?
그걸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어느날 밤 마음이 미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