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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Mar 09. 2018

부장님한테 미움받는 방법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회사생활 완벽 공략서

갓 입사를 한 신입사원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부장님에게 미움을 받는지 확실하게 배워야만 한다. 아래의 네 가지 방법을 창의적으로 응용하여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적용시켜 보자.


1. 출퇴근 시간


업무량에 상관없이 출근은 무조건 5분 전 안쪽으로 한다. 6분 일찍 나오는 것도 아깝다. 집에서 단 60초라도 더 온기를 내뿜는 침대와 교감해야지. 기약 없는 퇴근도 억울해 죽겠는데 일찍 출근이 웬 말이냐. 


행여나 조금 일찍 출근하라는 잔소리를 들어도 겁먹지 말자. 당당하지만 공손하게 "예,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후 다음날 같은 시간에 출근하면 되니까.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부장님은 당신을 출근하는 순간부터 싫어하기 시작할 것이다. 


2. 회식 


오늘 또 부서 회식이라고? 뇌를 풀가동하여 온갖 핑계와 이유를 끌어 모아보자. 아내 생일, 부모님 생신, 부모님 결혼기념일, 조부모님 생일 또는 제사 등등 이것도 안된다면 친구라도 팔자. 갑자기 친한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이다.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거 안다. 그래도 이미지 따윈 개나 줘버리자. 한번 태어난 인생 나만의 시간과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 학습효과라 그랬던가? 이상한 것도 계속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법이다. 이로서 미움받자는 우리의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너무 잦은 핑계로 더 이상 빠질 수 없는 궁지에 몰렸다면 일단 침착하고 참석하자. 그리고 이제부터 미움받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다. 첫째, 안주를 많이 먹는다. 둘째,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출처 : KFC 광고 캡쳐

위염, 위궤양, 식도염, 장염, 감기 그리고 치루 등 모든 병명을 동원해서라도 술은 마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심해라. 수많은 옵션 중 장염을 선택하고 기름진 삼겹살을 익살스럽게 혀에 올려놓는 당신을 보면 부장님의 미간이 구겨지다 못해 찢어질 것이다. 아 참, 그럼 더 좋은 건가? 


3. 의견 표출 


월요일 아침 미팅 룸 안. 오늘도 부장님의 단독 쇼미더머니 무대가 펼쳐진다. 아닌 척 하지만 자기 말이 다 맞다는 듯한 랩핑에 그저 고개로 리듬만 타며 리스펙(Respect) 하는 직원들. 그 모습이 답답하다. 


90년대 방식을 고수하는 업무 추진 스타일이 마치 원썬의 무대를 보는 듯하다. 부장님의 미움을 받기 위해서라면 이제 FAIL 버튼을 눌러야 할 때다. 지루한 무대 끝에 어떠냐고 묻는 답정너 부장님께 한 마디 전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 보내자.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는 젊은 혈기로 주체하지 못하는 열정과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신 있게 웅변해보자.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부장님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4. 보고


관리자급은 나이가 많은 데다가 직급 차이도 꽤 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소외감이 드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이 사적으로 대화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강제로라도 사소한 보고를 원하고, 회의를 만들고, 회식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움받기 위해 이 점을 이용한다. 결재 건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보고를 하지 말자. 원래 잡무는 사원이 처리하는 법. As less as you can. 가능한 한 적은 보고로 대면할 경우의 수를 줄임으로서 서로 간의 벽을 만들 수 있다. 회식 때부터 자신을 멀리 한다고 생각하는 부장님은 당신을 더더욱 미워할 것이다.   

출처 : https://perfectsmalloffice.com/tips-happy-work-life-part-1/

5. 결론


위의 네 가지 방법으로 부장님께(혹은 팀장님께) 미움을 받는다는 우리의 미션을 80% 이상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퇴사를 고려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공략서(?)이다. 


재밌게 표현했지만 사실 이 글에는 나름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대로 예쁨 받고 싶은 직원이라면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을 즐기며, 부장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는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의 업무를 최소한 평균 이상으로 처리한다는 전제가 달리겠지만 말이다. 


결국 회사생활이라는 레이스는 본인의 행동과 처신에 따라 그 성적이 결정된다. 힘들여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도 있고 천천히 혼자 레이스를 즐길 수도 있다. 미움을 받는 대신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고 자유로워지든, 신임을 얻어 빠른 승진의 기회를 얻든 당신의 선택이다. 직장생활에서 행복을 얻는 포인트는 재각기 다르니까, 정답은 없다. 


어쨌든 확실한 건 신입사원으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 순간 당신의 레이스는 시작된다. 자, 이제 선택하자. 미움받을 것인가? 예쁨받을 것인가?





* 작가의 말


: 래퍼 원썬님의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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