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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Mar 14. 2018

불필요하게 엮이는 직장동료와의 관계

융화를 빌미 삼은 직장 내 사생활 침해



어떤 사람은 회사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직장동료와 억지로 친해지라고 충고한다. 직급이 낮아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거나 술 한잔 걸치며 사생활을 공유해 서로 간의 교집합을 늘려 나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듣기만 해도 매우 불편하고 진부하다.


출처 : https://www.ciotalknetwork.com/building-teamwork-across-the-enterprise/


다양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하루의 삼분의 일 이상을 할애해야 하는 직장생활. 경영에서 기업의 발전이나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서로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따라서 신입사원 채용 시에도 항시 개인의 능력 이외에 ‘융화력’ 혹은 ‘팀워크’와 같은 항목들이 요구된다.


여담이지만,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이라면 이러한 점을 착안하여 조금 더 수월하게 인적성 시험이나 면접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내성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성격이라도 최소한 자기 성향을 적게 드러내고 반대의 성향을 선택함으로써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사기꾼과 다를 바 없지만 필자는 선의의 거짓말이라 치부하고 싶다. 이것도 취업에 있어서 하나의 전략이니까.


어쨌든 이러한 연유에서 그런 것일까? 한국사회에서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통용되어졌다. 물론 '가족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비단 한국에서만 쓰이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Family-like atmosphere'처럼 영어권 국가에서도 종종 쓰이니까.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그 단어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온전히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에 더 익숙하다.


본래 편안함을 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어야 할 가족이라는 단어가 도리어 족쇄가 되어 사람들을 갑갑하게 한다. 가족을 빙자하여 최소한의 경계선도 없이 모든 것을 개방하도록 강요하는 문화로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즉, 잘못된 방법 때문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면 할수록 되레 불편해지는 아이러니한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출처 : https://teachprivacy.com/category/training-privacy-awareness/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들어오는 사적인 질문들. 예로부터 첫 만남에 부모님의 직업을 묻는 것은 거의 인사말이었다. 그에 더해 사는 동네를 넘어 구체적인 건물명이나 집값, 개인 연애사나 2세 계획, 하물며 성적 경험까지 묻는 저질스럽고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들. 이 땅에 사는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 본 일일 것이다.


 '사생활 오픈 = 팀워크 강화'라는 공식을 내세워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의 방어벽을 마구 두드리는 행태. 과연 이러한 얼개 속에서 직원들은 얼마나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생산성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반면, 우연히 마음이 맞아 친해진 직원들도 많다. 또 같은 회사에서 몇 년 이상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직원이나 아직 시기상조인 상황에서 올바른 순서를 상기치 못하고 단순히 팀워크를 변명삼아 역행하는 방식은 분명히 틀렸다.  


세심하고 건전한 정신을 가진 직원이라면 이러한 방식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분명 인지했을 터이다. 불필요한 질문으로 굳이 틀에 박힌 불편한 관계의 구축 없이도 회사는 충분히 잘 돌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진정으로 융화된 관계가 아니다. 그저 하나의 유리병에 집어넣고 마구잡이로 흔들어 섞은 물과 기름과 다를 게 없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지금은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낱낱이 파헤쳐지는 고행을 폐할 적기다. 삶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고갈시키는 권태와 따분한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야만 모두가 편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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