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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Jun 07. 2018

부하직원 있어야만 밥 잘 먹나요?

회사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진정 사회 부적응자일까


90년대 가요차트를 휩쓸었던 3인조 가수 ‘DJDOC’는 통이 넓은 힙합바지에 레게머리 등 무대 위에서 비범한 자태를 뿜는 반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히트곡에서 이렇게 말했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식탁에서 어른들에게 항상 꾸지람을 듣던 사회적 풍토를 비꼬는 가사말이다. 근데 이게 직장생활과 무슨 상관일까? 필자는 이렇게 한 번 바꿔 말해보고 싶다.


“부하직원 있어야만 밥 잘 먹나요?”


아직까지도 혼자서는 밥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음식을 혀로 음미하고 영양소를 섭취하는 행위에 반드시 동행이 필요한 사람들. 이들은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혼자서 밥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굶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이라면 식사를 하는 것이 단순히 동물처럼 생존을 위함이 아닌 것을 안다. 하지만 왜 그토록 함께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직장에서 애처롭게 혼자 먹고 있는 자신을 친구나 친한 동료가 없는 왕따라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애꿎은 부하직원을 (억지로) 데려가서는, 은연중에 자신이 원하는 메뉴가 있는 식당만 고집하는 행위 또한 그만큼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다. 이렇게 표현하면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마치 주인의 기분에 따라서 주는 밥만 먹는 어느 한 시골의 누렁이와 별 차이가 없다.


출처 : http://swedishcouncil.org/product/2016-autumn-sca-board-of-directors-meeting


경제가 부흥하여 과거와 달리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이 개발되고 다른 문화권의 음식 또한 국내로 들어왔다. 하물며 한 지붕 아래에서 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내와 자식들의 입맛 또한 다른 법인데, 타인의 취향을 존중치 못하고 이기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구내식당이 잘 구비되어 있는 기업들이라면 조금 사정이 다르다. 구내식당은 대형 몰(Mall)의 푸드코드를 방불케 하는 식당도 있고 학창 시절 급식소를 떠올리게 하는 식당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메뉴 중에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골라서 먹거나 메뉴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강요받을 일이 생기지 않는다.


갈등은 외근이 잦거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 내에서 발생한다. 사내에 자체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회사들은 불가피하게 나가서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와야 한다. 과거에는 ‘까라면 깐다’라는 마인드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복종하며 상사의 결정을 따랐던 기성세대들과 달리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유형은 보통 2가지다. 주로 상사와의 불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점심 약속을 잡거나,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 40대 50대와는 달리 젊은 사람들은 이제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것은 트렌드를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1인 전용 테이블이 설치된 라멘집, 도시락집 등과 같이 ‘혼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두 번째는 혼자 먹겠다고 대놓고 ‘선언’하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상사들은 이런 부류를 싫어하고 마치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이라고 둔갑시킨다.


출처 : http://www.koreadailyus.com/the-beauty-of-eating-alone/


과거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혼자 밥을 먹겠다고 말하는 신입사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답변은 ‘다이어트를 한다는 이유면 OK’,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지 않다’였다.


뜬금없지만 멕시코 화법은 특이하게 일반적인 기-승-전-결이 아니라 결-기-승-전 순으로 말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결론부터 한번 종합해 보자면, "통일된 음식으로 함께 먹는 식사시간은 과연 누구를 위한 팀워크인가?"이다.


이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과연 요즘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취향 존중 혹은 상사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점심시간의 자유를 요구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소중한 자기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시 단위가 아닌 분 단위로 쪼개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려고 고군분투한다. 독서를 한다든지 어학공부를 한다든지 등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어쩌면 자기계발의 맥락에 함께 포함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유도 있는데, 건강을 위해서 혼자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국물이 많은 음식이나 면류를 자주 먹는 점심식사를 피해 몸을 가꾸기 위해 야채와 닭가슴살 또는 과일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맵고 기름진 음식이 싫어지듯, 어렸을 때는 반대로 자극적인 음식이 끌릴 수도 있다. 또한 사생을 제쳐두고 한 회사를 위해 몸을 바치던 과거와 달리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성장하여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이 잦은 시대이다.


어떤 사람은 '사회생활하면서 그까짓 점심시간 1시간 못 맞춰주냐'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점심시간이 쌓여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또 다른 시각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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