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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끼 Sep 22. 2021

저녁형 인간

 오늘도 바깥에 나서면 노란 햇빛에 눈이 시리다.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이 눈이 되어버린 나는 두 눈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거울을 보면 눈이 반쯤 감긴 내가 나를 본다. 거울 속의 나는 눈을 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지친 두 다리는 나를 목적지에 기어코 내려놓고야 만다. 조금이라도 그들이 게을렀다면, 내 눈이 이렇게 시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눈 뒤쪽에 온 몸의 신경이 쏠려있다. 새벽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은 늘 이렇게 사는 걸까.

 잠이란 무엇인가. 인체는 16시간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렇다면 8시간 정도는 지친 두 다리를 위해, 시린 두 눈을 위해, 이들을 느끼는 뇌를 위해 자야 하는 법이다. 8시간이 아니라면 6시간, 7시간은 전원을 꺼두어야 하는 법이다.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충전시키지 않고 잔다면 내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붉은 배터리로 생활할 것이다. 100에서 1은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20에서 1은 전체의 5%다. 다른 사람들이 1%를 사용하는 시간에, 나는 내 전체 에너지의 5%를 사용한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5배 정도 비효율적인 인간이다. 충혈된 배터리는 마치 내 붉은 눈과 같다.

  아침이면 언제나 새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곧 사람들이 하나 둘 출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잠옷 바람으로 잠에 들기 전 담배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문다. 부지런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연기를 들이마시고 뱉는다. 담배연기는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 역 방향으로 점점 멀어지다 이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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