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따라 흐르는 우리의 우정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좋은 학군으로 이사했다. 남녀공학보다는 여자중학교를 원했지만, 결국 남녀공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처음 만난 1학년 8반 친구들. 그중 한 명인 YJ와 짝이 되었다. 그녀는 배려심이 깊고, 차분하며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었다. 특히 담임선생님을 존경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나에게 YJ는 가장 먼저 다가와준 친구였고, 그녀 덕분에 반 친구들과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2학년이 되며 반이 갈라졌지만, 점심시간이면 복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에도 내게 열다섯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이다. 반에서 은따를 당했다. 점심을 먹은 후면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누군가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기도 했고, 교실로 돌아가는 종이 울릴 때마다 더 깊이 움츠러들곤 했다. 수업 시간은 그저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내가 잘못한 걸까.‘ 에 대한 생각으로 자존감은 끝도 없이 내려갔다. 이 모든 것은 그때 짝꿍이었던 한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다행히 옆 반에는 YJ가 있었고,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며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3학년이 되어 다시 같은 반이 되었지만, 이미 퍼진 소문 탓에 많은 친구들은 나를 멀리했다. 졸업 여행을 앞두고 대부분의 반 친구들은 YJ에게 같은 조를 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나는 끼워줄 수 없다고 했다.
“영진이는 안돼.”
그러자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영진이랑 같은 조 해야 해.“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그녀는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결국 우리는 같은 조로 졸업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손편지로 주고 받으며 꾸준히 연락을 이어갔다.
현재 YJ는 결혼 후 남편과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삶을 내려놓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한 그녀가 멋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녀에게 안부를 전한다. 최근에는 출산 후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해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지만, 여전히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그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할머니가 된 후에도 지금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변함없는 우정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