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마다 찾아오는 너에게

입춘이 지나 춘분이 다가올 때쯤의 이야기

by 김영진

2025.02.23.

오랜만이네. 나는 사실 이게 미련인지도 모르겠어. 어떤 날은, 하루에도 열 번씩 네 생각이 났는데 이제는 어쩌다가 한 번씩 생각이 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보다 좋은 사람은 못 만나겠지만, 네 마음에 드는 사람 꼭 만나서 예쁜 사랑 했으면 좋겠다.

2023.10.20.

사실 엄청 괜찮아지려고 노력 중이야. 어차피 우리는 안 될 사이였다고 생각하려고 해. 이 마음을 정리할 수 없는 내가 너무 싫다. 딱 한 번만이라도 너를 보고 싶어. 우연히 지나가더라도 그냥 너를 만나고 싶어. 사계절이 한 번 지나고, 다시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는데 나는 언제쯤 너를 잊을 수 있을까.

2022.09.17.

오늘도 너를 생각하고야 말았어. 헤어지고 나서 한 번도 울지 않았던 내가 요즘엔 널 다시 생각하면서 울고 말았어. 너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어. 아직도 나는 그때의 나를 미워해. 내가 선물한 책은 버렸을까? 한 번쯤은 살다가 꼭 마주쳤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어느 해 3월.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생일이 같은 친구와 점심으로 솥밥을 먹고, 디저트 카페에서 일상을 나누었다. 그때쯔음부터 그와 연락을 시작했다.

"곧 생일이예요?"

"네."

"생일 축하해요!"

"앗. 고마워요!"


나이는 같았지만, 서로를 잘 몰랐기때문에 천천히 알아가고자 했고,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그와 만날 약속을 정했다. 그날은 필사 모임을 하러 동성로로 나갔던 날이었다. 애정하는 독립서점 더폴락에서 모임을 진행했는데, 책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김종완작가의 오렌지 카스텔라를 구입했다. 한 권은 내가, 한 권은 그에게 선물할 책이었다.

'이 책을 주면 그는 어떤 반응을 할까?'

'줄까, 말까’

‘혹시나 그가 안 좋아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구입하고 나서도 계속 고민했다. 모임이 끝나고 그를 만나러 가던 도로 위. ABC 마트 위로 보이는 하늘이 무척 예뻤다. 하늬바람이 불고 구름이 동동 떠 다니고 있었는데 내 마음도 같이 떠 다니고 있었다. 그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228 공원에서 그를 만났고 눈을 살짝 마추쳤다. 그리고는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어색한 인사, 웃음, 그리고 우리. 모든 것이 어색했던 첫 번째 만남이었다. 그렇기에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어려웠다.

"실제로 만나니깐 어때?“

그의 물음에 흐지부지 답했던 나.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는 행여 본인이 마음이 안 들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을 했었다.)


그는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정말, 반짝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반짝반짝했다.


당시 그와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만날까말까 망설였던 그를 만나니 정말 수줍음 많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모습도 있었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내 모습이 어색했다. 그렇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근처 음식점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을 때쯤, 우리는 다음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며칠 뒤 쌀국수 가게에서 만났다.

"쌀국수 좋아해?"

쌀국수를 몇 번 먹어본 적 없다는 그.

그리고 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대학원 3학기차. 다가오는 졸업과 논문, 그리고 연구에 매진해도 부족한 안정하지 못한 시기.


사실 처음 설렘과 달리 만날수록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서 그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왜일까. 그에게 탓을 돌렸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고 논문 심사가 끝났고, 그때쯤에 후폭풍이 찾아왔다. 정말 미칠 듯이 마음이 아팠다. 후폭풍이 잦아들 때쯤 또 다른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이별을 했다. 그때마다 늘 그가 떠올랐다. 처음 만날 당시에 내게 보여주었던 그의 눈빛을 다른 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다.


'그 눈빛의 의미를 그때 알았더라면.'

'그의 마음을 조금 더 깊게 생각했더라면.'

’왜 나는 몇 년이 지나도록 그를 그리워했을까.‘


불안정한 나의 마음 탓에 그에게 그만 만나자고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그에게 연락을 해본 적이 있다. 역시나 답이 없었다. 답이 없을 줄 알았지만, 그냥 궁금했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그를 만나겠냐.‘ 고 묻는다면, 대답은 No.


대신 그에게 상처준 것은 정말 미안하다. 그의 사랑을 얕잡아본 것이 너무너무 미안하다. 이미 지나간 사랑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를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그에게 못해주었던 그 마음들을 모두 한번에 담아서 다음 사랑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몇 년이 지나도 그가 계속 생각이 났던 건 아마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공허함에 속은 외로움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가 내게 남긴 눈빛은 매년 봄마다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진짜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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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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