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으로 지나간 X에게

우리가 사랑을 했을까에 대한 물음

by 김영진

안녕.

봄이 오면 꽃구경하러 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올해는 함께 꽃을 보러 갈 수 없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너의 붙잡음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어.


우리의 시작은 우연한 모임에서였지.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함께 보낸 여름과 가을은 참 따듯했어. 순두부집에서 밥을 먹고,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해안도로를 달렸던 그 시간이 아직도 선명해. 기억에 남는 건 사소한 순간들이야. 내 발에 장난처럼 뽀뽀하던 너는 습진 있는 발을 고백했어. 그렇게 병원에 다녀오면서 조금씩 나아지던 너의 발. 단순히 병이 나아서가 아니라, 너의 삶에서 아픈 부분이 회복되는 것 같아서 기뻤어. 네가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뒤 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한다는 말에, 내가 먼저 너를 깨우기도 했어. 퇴근 후엔 하루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그 시간이 참 좋았어. 막걸리도 마시고, 와인 집에서 샹그릴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던 밤들 모두.


그런데 사랑만으로 부족한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나는 늘 마음을 표현했지만, 표현에 서투른 너는 점점 무뎌졌고, 나 혼자 노력하는 듯한 관계가 되면서 조금씩 지쳐갔어. “원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때 너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느꼈어.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했지만, 그 속에서 내가 너에게 많이 의지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너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었고, 나는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지. 아마 우리의 온도가 달랐던 건 아닐까.


예고 없이 이별을 말해 상처를 줬다면 미안해.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점점 힘들어지는 나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였어. 함께한 시간 고마웠어. 너와의 좋았던 기억들만 간직할게.

잘 지내. 안녕.



그를 처음 만난 건 모임을 통해서였다. 지인으로 얽힌 이 지역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나는, 공허함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을 시작했다. ‘아니면 말고’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취미가 여행인 그에게 자연스럽게 끌렸다.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는 점이 특히 좋았다. 나도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했고, 그런 공통점이 대화의 시작이 되었다. 연락을 주고받은 지 일주일쯤 되었을 무렵,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여행 중에도 연락은 끊이지 않았다. 아침 인사부터 하루의 마무리까지, 칼 같은 답장이 오갔다. 한국에 돌아와서 만났고, 연애가 시작되었다.


그는 자주 연락했고, 자주 보자고 말했다. 그런 모습에서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그는 “원래 나는 연락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점차 연락을 미루었다. 이전과 다른 그의 태도는 나에게 의문을 남겼고, 나 혼자 노력하는 관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가 본가에 가거나 여행을 가면 연락은 더욱 드물어졌고,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서운한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별했다.


헤어지고 나니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죽고 못 사는 연애를 하고 싶다.” 그 안에 내가 얼마나 있었을까.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다름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좋아하는 감정만이 아닌, 힘든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헤어진 지 반년이 지나자, 그를 향한 감정도 모두 잦아들었다. 역시 시간은 많은 걸 해결해 준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기에, 쉽게 흘려보낼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언젠가 내 글쓰기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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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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