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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ul 11. 2019

Pharos of Alexandria

Pros and Cons of Being a Parisien 11

늦가을로 접어드는 파리의 비 내리는 퇴근길..

초급 꼬뮤니까시옹 교재 2권을 사들고 건너는 다리 넘어 불빛..

일상에서 보는 에펠탑에서 오늘은 왜 파로스의 등대가 떠올랐는지 모른다. 다만 같은 빛이라도 보는 자의 관점에 따라 부여되는 의미가 달라지리라는 평범한 깨달음이 있을 뿐..

점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지상 300미터 공간의 사방을 비추며 돌아가는 서치라이트가 마뜩찮았다. 거실에서 탑의 첨탑부를 볼때 마다 “누구를 위하여 불을 비추나”하고 되뇌이곤 했다.

사는 곳은 모두 고향이 되리라. 만 열여덟까지 살았던 경상도 어느 중소도시, 열여섯번인가 일곱번인가 거처를 옮겨다닌 서울과 수도권 인근, 공부 더 해보겠다고 머물렀던 미시시피강 인근의 배톤루지(Baton Rouge붉은 막대기,루이의 땅이라 루이지애나라고 불렸던 곳은 프랑스 어휘가 많이 남아있다. 땅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동물의 피를 바른 막대기를 꽂아 표시했다는데서 유래했다.), 그리고 마지막일 줄 알았던 그래서 제2의 고향이라 부를만한 오하이오의 콜럼버스..역마가 살(煞)이 아니라 복(福)이 된다는 시절에 살고 있다지만 부초처럼 떠다니는 삶의 여정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닻을 내리지 않는다.

역마를 선택한 아비야 그렇다 치고 같이 살게된 식구들은 오늘도 이국 땅에서의 소통을 위해 회화와 문법책을 벗 삼아 지내야 하리..                                 

오늘 비에 젖은 다리를 걸어 건너며 질주하는 자동차와 함께 구름 속 빛나는 불빛을 보며 나는 등대의 불빛을 따라가는가 아니면 스스로 등대가 되려 하는가 되묻는다.

2017. 10. 24.

파리 Bir-Haikem 다리에서 


사족 1. 파리로 파견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썼다. 고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떠나는 친구를 위한 글이다.  

2. 댓글에  “불빛을 따라가려 하지 말고, 등대가 되려고도 하지 말며, 더욱이 등대 아래를 파내는 일만은 하지 않으련다”라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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