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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ul 11. 2019

Promenade Plantée

Pros and Cons of Being a Parisien_10

Promenade Plantée (나무가 심어진 길)


가로수길이라 불러야 하나? 초록 오솔길이라고 번역한 이도 있고.. 여하간에 버려진 고가 철도를 안목이 남다른 식물학자와 조경전문가들이 도시의 새로운 공공 공간으로 창조한 곳이다. 

맨해튼의 하이라인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어 인지도가 높으나, 실은 빠리의 프홈나드 플랑테가 원조격이다. 우리도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정원으로 바꾼 유사 사례가 있다. 이러저러한 논란이 있었지만 그리고 아직도 있지만 정원과 도시슾과 같은 공적 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시민 친화적이지도 않은 서울에 더 많은 나무과 걷기 좋은 길이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조성해야 하리라..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두고두고 글 쓸일이 있을 것이니 각설하고..   


이번 여름 휴가는 두 갈래로 정했다. 

트레킹과 공원 답사 

트레킹은 따로 언급할 듯하고.. 


공원답사는 빠리 구석구석 사부작사부작 다닐 생각이다. 날이 더워 사부작거릴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되지만, 오늘 냉 백포도주 텀블러에 얼음 넣어서 홀짝이며 다니니 걸음도 가볍고 흥도 나더라. 생활공간으로 일상의 삶으로 들어온 공원이 지천에 널려 있으니 집 앞 공원에서 노닥거릴 일만은 아니더라. 욕심을 내자면 일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었던 공화의 의미를 공유 공간으로 풀어 볼 수 있을까? 아직 모른다. 닥쳐봐야 알 수 있고 그날 토트나 복희의 영이 강림하지 않는 한 헛심만 쓰고 말지도 모를 일이고..

빠리 초록길에 놓인 벤치


초록길을 걸으며 나의 눈을 사로잡은 고양이가 있다. 그녀는 벤치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 가는데 뭔가 미진하야 다시 가 보니 그녀는 그림자 철창에 갇혀 있구나. 아뿔사! 구름이 걷히자 그녀는 영어의 몸이 되었다. 이십여년 전 봉정사 영산암 답사 갔을때 삼각함수와 그림자로 영산암 앞마당의 품격을 논하던 친구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림자 철창에 갇힌 고양이


공중에 떠 있는 초록길에서 바라본 풍경에 유난히 옥탑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인들이 살았다는 옥탑에 지금은 주머니 가벼운 빠리 청춘들이 뜨거운 지붕 아래 반쯤 커튼이 쳐진 창문으로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으리.. 옥탑방이 애잔한 이유는 그들의 가난도 아니고, 그들이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의 시간이 더 이상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자각이기 때문이리라..

     

뜨거운 옥탑방

오늘의 뱀발 1. 냥이가 그녀일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그녀라고 믿고 싶을 따름.. 

2. 하이라인 다녀와서 글써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몇년이 지나버렸다. 녹음해둔 파일을 찾아야 할텐데.. 

3. 글이 점점 관찰자에서 전지적 시점으로 옮겨간다. 觀淫이 아니라 觀音으로 가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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