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무위 Jul 11. 2019

냉 소나기

Pros and Cons of Being a Parisien_11

세느강에서 맞이한 빗줄기 소식


가족들이 모두 한국으로 떠난지 한달째 되는 날이다. 가끔씩 입을 닫고 지내고 싶은 시절이 있다. 30일 가운데 일주일은 트레킹 다녀왔으니 온전히 혼자 밥 해먹고 빨래하고 지냈던 날 수는 이십여일.. 그리 길지 않구나.. 사무실도 여름 휴가 기간을 맞아 큰 방을 혼자 독차지해서 쓰고, 아이들의 끊임 없는 요구가 사라진 적막한 오스만 스타일의 아파트.. 요즘 같아선 입에 거미줄 칠 지경이다.


지난 금요일이다. 주말 시작되는 날이 기다려지지 않기는 처음이지 않나 싶다. 강변나이트 죽돌이나 하자 싶어 집을 나섰다. 하지를 지나 조금씩 낮이 짧아지고 있으나 그래도 일몰은 9시반 근처이고 열시까지는 밖에서 책을 읽을 정도이다. 구름이 낮게 가라앉아서 산책하기도 좋다. 바람에 습기가 묻어 있는 걸 감지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고 잘된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세느강변 미루나무가 높게 서 있다. 그 아래 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잎들이 맞이 한다. 후득후득 빗방울이 들때도 가벼이 여겼다. 겨우내 비를 맞고 지내온 터라 오히려 이번 여름 제대로 된 소나기 한번 없이 지나던 것이 아쉽던 참이다. 에펠탑 옆 공원 날리는 흙먼지 잠잠히 해 주리라 여기며 발걸음을 옮기다 얼굴을 때리는 물방울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아 미루나무 밑으로..


강변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鋪道엔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만 요란하다. 우산을 받쳐든 연인 둘이 옆에 와서 비를 피하는 건지 눈을 피하는 건지.. 나는 하릴없이 나뭇잎 사이를 피해 수직강하하는 물방울에 적시고 있다.  표를 구매한 자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배는 떠나야 하리. 유람선 옥상엔 둘은 타이타닉이고 둘은 싱인인더레인이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집으로 향하다 따끔거린다 싶어 빗방울을 만져보았다. 이런!! 바닥에 이미 쌀알 크기의 얼음이 보인다. 냉소나기 덕에 한여름 오들오들 떨었으니 이만하면 복이리라.

세느강 유람선 위로 소나기가 폭포처럼 쏟아지다

오늘의 사족 1. 덥다는데 미안!!
2. 소나기 제대로 맞으면 병난다는 황선생님의 소나기 내용은 사실임을 확인함
3. 그날 강변나이트는 개점 휴업


#pros&consofbeingaparisien

작가의 이전글 Promenade Plantée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