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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ul 11. 2019

루브르에서 만난 Heterotopia

Pros and Cons of Being a Parisien_09

Curating,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의 창조


Utopia는 장소를 뜻하는 Topos에 부정의 의미를 지니는 U를 붙여 비실재적 공간 즉, 상상할 수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을 뜻하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현실에 존재할 수 없기에 이상향이라 부른다. 푸코는 양립 불가능한 또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공간 또는 상황의 중첩을 뜻하는 Heterotopia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토피아를 현실로 끌어들인다.    


지난 토요일 다시 혼자 있는 여유가 생겨 냉큼 루브르로 향했다. 이런 행운이 지난주에 이어 연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빠리에 산다 하면 모두 문화나 예술을 일상으로 누리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도 삶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며 흘러가기에 의식적으로 틈이나 짬을 내지 않는 한 박물관 미술관 답사의 기회는 생기지 않는다. 2주 연속으로 이런 행운이 찾아왔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쏘냐..


루브르는 집에서 4킬로미터 정도이니 걸어도 괜찮으나 날도 흐리고 바람도 만만찮다. 작품 만나기도 전에 지레 힘쓰고 지칠까 두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빠리의 관광버스라 불리는 72번 버스를 탔다. 햇살이 비치고 날이 좋아지면 세느강변 따라 자전거로 가면 좋으련만.. 


GoBee Bike와 같은 Dockless 공유 자전거가 지난가을부터 파리에 선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ofo, oBike에 MoBike까지 가세하여 거치대에 반납하지 않는 공유 자전거의 시장점유 경쟁이 대란 수준이다. 명색이 교통 전공이니 관련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기실 공유 교통 특히 대도시에서의 공유 교통의 잠재력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더불어 공유지 관리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유 경제 특히 공유 교통의 관리에 대해서는 글을 쓰려고 제목까지 정해놓다. ‘공유 자전거는 무임승차자의 놀이터로 전락할 것인가?’     


각설하고, 오늘까지 세 번째 루브르 방문이나 회화 전시실을 올라가기는 처음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전시실 전체를 답사한다는 기분으로 전체를 우선 조망하기로 했다. 두리번 어슬렁 거리다 아래 보이는 전시실에서 딱 멈추었다. 무엇이 걸음을 멈추게 하였을까? 가운데 그림은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호평인 그래서 루브르의 도록이나 팸플릿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이다. 


큐레이팅,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의 창조: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전시실의 가장 위는 성인의 전신화로 나열하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잘 생긴 신사를 양 옆으로 도열시킨 가운데 앵그르의 사랑스러운 마스터피스를 가운데 배치하였다. 여기서는 거의 모든 갤러리들이 멈춘다. 걸어서 지나치기 어려운 어떤 기운이 감도는 것이다. 나는 이 구도가 너무 비현실적 이어 ‘큐레이터의 Heterotopia’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이런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이 가능하도록 마스터피스를 남긴 앵그르에게는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이 대목에서 큐레이터의 수준 높은 안목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귀명창이라는 말이 있다. 걸작을 걸작으로 감지해 내는 知音은 예술의 불가피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런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맥락의 중첩이 가능하지 않았겠다. 그리고 큐레이팅이 창조한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에서 걸작의 의미가 배가되었으니 이미 그는 받을 찬사를 충분히 받았을지도..     


오늘의 덧붙이는 말 1: 이 글의 저작권의 반쯤은 Ellie에 있다. 익선동 카페 엘리에서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를 감지하였으니 그 공간을 창조해내 친구들에게 찬사를~~ 

2. 친구가 하는 카페 엘리에서 2017년난 1월에 쓴 글을 참고하여 다시 손 보았다. 

3. 72번은 미라보 다리, 비르하켐 다리(인셉션 촬영한 곳), 에펠탑, 파리 시립박물관, 오르세, 루브르 등 세느강변 따라 운행한다.


#헤테로토피아 #루브르 #앵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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