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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Aug 09. 2019

까미노 생각 없이 걷기_28

베드 버그 경보

내일 산티아고에 도착하려면 새벽에 나서야 하기에 일찌감치 눈을 붙이려 했다. 아홉 시 좀 넘었을까? 갑자기 알베르게가 호떡집 불난 것처럼 북새통이다. 몇몇은 짐을 챙겨 나가는 모양이다. 그제야 옆 베드에 청년이 위층에서 베드 버그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침대에서 발견되어 모두 패닉이라고 한다. 오늘 도미토리는 8인실인데 4명은 벌써 나가고 없다. 알베르게 측에서 환불해 주니 다른 곳을 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다 한다.

까미노 초기에 물려본 경험이 있어 어찌해야 하나 잠시 생각하였다. 빈대를 목격한 것도 아니고 조그만 붉은 점 하나에 이리 수선을 떨어야 하나, 지금 나가서 어디서 다시 베드를 구하나, 이 집도 두 군데 만석이라 겨우 찾아왔고,  아까 저녁 먹고 오는 길에 리카르도 다시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늦게 도착해서 숙소 구하지 못해 길가에 서서 연신 전화기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온 터였다.

옆 베드 청년은 발음이 남다른 것 보니 영어권에 사는 교포 청년 같고 나머지 둘은 독일 젊은 커플이다. 다들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있길래 오늘 코리언-저먼 얼라언스 한번 해보자 했다. 빈대가 주로 밤에 불 꺼지면 벙커의 아래 침대로 떨어져 활동을 하니 오늘 우리 넷은 모두 벙커의 위에서 자면 어떻겠냐고.. 마침 넷이고 벙커 베드도 네 개다.

이차저차 떠날 사람 떠나고 조용하고 쾌적한 알베르게가 되었다. 다만 열혈 신자들이 근처에 모여 있는지 찬송가와 중간중간 함성 소리가 들린다. 내일의 장도를 기원해 주는 소리라 믿고 잠을 청하였다.

2019.8.5.

오늘의 사족 1. 나는 내일 새벽 제대로 멀쩡한 몸으로 길을 떠날 수 있을 것인가?
2. 내일은 새벽에 나가야 해서 저녁 먹고 오는 길에 알베르게 인증샷을 저녁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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