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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ul 10. 2019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노란 조끼에 관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사회 양극화의 심화로 촉발된 이번 시위가 주말마다 이어지고 한국리 언론 고유의 특성인 폭력성을 극대화 편집해서 보여주는 행태로 인해 예상치 못한 안부인사가 줄을 이어 전화기를 울린다. 걱정과 우려로 SNS를 통해 전해오는 안부에 일일이 답하기도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연락해온 지인들이 이 글을 읽어 줄리는 없지만 그래도 한 줄 단상을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이역만리 떨어진 곳의 일을 생각해 주고 염려해 주는 마음이야 언제 들어도 고맙기는 하다.
누군가 그랬다지 ’Nous avons coupé des têtes pour moins que ça (우리 프랑스인들은 이보다 덜 한 사안으로도 단두대로 보낸 적이 있다)’고.. 말만 살벌한 것이 아니라 실제 시위가 살벌하기도 하다. 덕분에 주말이면 방콕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식구들과 삼시세끼 해 먹으며 도란도란한 시간이기도 하다.
느려 터진 프랑스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했던 논리 정연하고 야심 찬 대통령은 사회당에서 컸으나 그 조직을 뛰쳐나와 전진하는 공화국이라는 중도성향을 표방하는 (그러나 정책의 내용은 우파와 유사한) 당을 만들어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여 권력을 쟁취하였다. 정책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젊고 잘생긴 것에다 24살 연상의 연인과의 순애보까지 덤이 되어 초반에 인기가 치솟았다. 그 잘난 두뇌에 인기까지 얻었으니 그의 행보엔 거침이 없었다. 거칠게 표현해서 기업에겐 당근을 노동계급에겐 경쟁 구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일련의 과정에서 그의 말과 태도는 다수 프랑스인의 감정을 건드리고 말았다. 확신에 찬 말투와 때론 오만하게 느껴지는 그의 태도는 다수 대중에게 모욕감을 안겨 준 것으로 보인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건드린 건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번 주초 그의 특별담화의 첫 문장을 듣는 순간(물론 내가 알아 들었을 리는 만무하고 큰 아이가 중간중간 키워드를 통역해 주었다. 불어 과외비가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이 사람 감을 잘못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끈하게 면도한 얼굴로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최저 임금 인상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마음을 열어줄 프랑스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대놓고 얼굴에 술잔을 뿌리거나 침을 뱉어 놓고 지폐 몇 장 집어 주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언론들은 마크롱의 태도에 대해서는 분석이 없고 최저 임금 인상폭이 예상치 못한 높은 수준이고 연말 바캉스 시즌이 겹쳐 노란 조끼도 경찰도 휴가를 가야 되니 시위가 사그라들 것이 마치 기정사실인양 써대고 있다. 예측이나 전망은 현자나 도를 통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깜냥도 안 되는 그리고 지금의 예측이 감히 맞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택도 없는 예언을 하자면 성난 노란 조끼들은 거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은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때까지 거리에서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파르라니 면도한 단호한 그의 입에서 나온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은 현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이미 지난주 시위 때 장갑차가 등장하였다. 노란 조끼, 그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이 돌아선 시위대의 폭력성과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크롱의 확신은 끝내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리라. 
나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나의 예측이 틀리길 바란다.  

오늘의 사족: 1.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가에서도 시위대가 지나간 자리는 이런 폭력의 흔적이 남는다. 
2. 모욕감이 폭력으로 표출되는 걸 장갑차로 막을 수 있을까? 노란 조끼는 극우에서 극좌까지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어디든 극단에 서있는 사람들은 폭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나 결국 사태를 악화시킨다.
3. 나는 지난 촛불시위 때에도 더 과격한 방법인 횃불을 들자는 여러 글과 말들을 보고 들었다. 그 유혹을 뿌리친 각성한 시민들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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