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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ul 12. 2019

까미노 생각 없이 걷기_02

첫날 밤을 맞이하며

#Camino


첫 밤, 설레이는 말이다.
열차가 오후 한시쯤 도착이라 다음 여정은 무리하지 않도록 8km 떨어진 orisson refuge로 예약을 했다. 까미노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치고는 꽤 비싼 38유로(게스트 하우스 침대 하나, 저녁과 아침식사 포함)이다.
출발지인 생장드피드포르에 도착하여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순례자 사무실이 점심시간으로 한 시 반에 문을 연다 하니 별도리가 없다. 순례자 여권을 만들어야 알베르게에 묵을 수 있으니 근처를 바람맞은 멍멍이 마냥 배회하다 샌드위치라도 끼니를 때워야 할 것 같아 순례자 사무실 앞에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Dream on
익숙한 멜로디다 싶어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Sing with me, sing for the year
Sing for the laughter, sing for the tear’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잠봉 바게트를 먹어 치우고 느지막이 일어서니 두시 가까이되었다. 순례자 사무실은 한바탕 사람들이 지나가고 고요하다. 조용히 웃으며 순례자 여권을 만들고 햇살이 내리 꽂히는 거리로 나섰다.
길 가다 까미노 표식에서 보았다. 너는 너의 노래를 부르고 있느냐고?



흰 바람벽이 있어
생각 없이 걸어질 리가 없다. 생각다 못해 시를 읽기로 했다. 걸으며 읽기가 어려워 낭독을 해서 녹음하고 들으며 걸었다. 대원각이 백석에 시한 줄만 못하다 그랬지.. 외롭고 높도 쓸쓸하다..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 순례자의 전통이라며 각자 일어나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Empty head, empty mind라고 했다.
글 쓰고 있는데 산중이라 날이 차갑다. 눈을 들어 보니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다.
2019. 7. 11.




오늘의 사족 1. 테제베 안에서 만났던 처자들을 갈아타는 역에서 만났다. 새 배낭을 둘이 같이 매고 있다. 순례자였던 것이다.
2. 방학도 시작하고 휴가 기간이라 순례길에 사람이 많을 것이라 들었다. 하지만 오늘 오후 내내 키가 멀대 같은 독일 청년 한 명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왔다. 알베르게도 같다.
3. 예약한 알베르게 들어서니 성은 김인데 다른 이쁜 이름으로 날 부른다. 여기 오늘 한국인 처자가 한 명 더 오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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