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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ul 24. 2019

까미노 생각 없이 걷기_15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오늘 42+6 킬로미터를 걸었다.
까미노를 며칠 걸었다고 자만한 것이 폭망으로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걸으면 몸 상한다. 이제부터 계획이란 걸 좀 하면서 걸어보자.
시작은 언덕과 해돋이와 구름과 함께.. 상쾌하다.



지평선과 맞닿은 평야는 우리나라에서는 김제나 가야 볼 수 있다. 여기 까미노를 13일 걷는 동안 수도 없이 보았다. 오늘 높게 쌓은 제방길, 그 사이 가득히 흐르는 물과 지평선 너머 아스라이 뻗어 있는 대지의 실핏줄과 같은 관개수로를 보며 풍요를 생각한다.



예보가 38도를 간다 했으니 그럴 것이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고 더불어 바람도 같이 불어온다. 단지 그들이 나를 선동하였을 따름이다. 나는 그들의 선동에 혹하여 걸었을 뿐이고.. 사단은 42킬로에 도착한 마을에 단 하나의 베드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다시 6킬로를 더 걸어 도착한 마을에서 마틴을 만났다. 흠~ 이 친구 나보다 더한걸~~ 옆에는 길동무인 듯 아닌 듯 금발의 미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



인생에 처음 이런 노역(력)을 하였으니 취침 시 소음을 낼 것이 분명하다. 베드가 아니라 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 마을 처음 들어간 호스텔도 꽉 찼단다. 아차 싶어 살살 웃으며 방 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즉시 전화를 돌리더니 빈 방을 수배해 준다. 무챠스 그라씨아스!
그리하여 찾아간 호스텔의 마지막 남은 방은 크다. 싱글베드 4개를 혼자서.. 진심 이런 낭비가 어디 있나 싶다. 빈 베드 있어요! 나가서 광고하고픈 심정이다. 정말 다른 의도는 없다.



하여간 빨래해서 널고 찬물에 몸을 넣었다 나가 시원한 맥주와 넓은 광장과 거리 악사 음악을 듣는다.
어디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가?
2019.7.23.



오늘의 사족 1. 선동, 당연히 나의 언어가 아니다. 송경동 시인의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에서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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