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또 정이 들어서

뜻밖의 입원 생활 (10)

by 김윤기

병원에서 열흘을 보냈더니 은근히 또 정이 들어서..


그저 목자이신 하나님 따라, 갈 길 모르고 종종 따라가는 어린양의 삶을 사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면서도 누군가 제게 훗날 어떤 사역을 하고 싶냐 물으면 한 곳에 있기보다는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답변을 주로 합니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면서도 막상 떠날 때가 되면 이상하게 저릿한 마음은 어딜 가도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여행을 가서 하루 묵은 숙소에도 아쉬워 손을 흔들곤 합니다.


팬데믹도 그렇고 병원에 있으면서 얼마나 돌아다닐 수 있겠냐만은, 다친 부위가 또 허벅지여서 24시간 중의 대부분을 정말 침대에만 있었던 것 같아요.(그 정도로 심했다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읽고, 책을 읽고, 글 쓰고 드라마 보는 게 저의 열흘간의 삶이었습니다. 아, 하루 세 끼 밥 먹은 걸 빼먹을 뻔했네요. 하루 세 번 나오는 밥은 제게 큰 기쁨이었거든요. 크게 보면 몇 가지 안 되는 일들을 반복했지만 그 안에서 누린 여유는 정말 달콤했습니다. 등이 배겨서 하루에 한두 번 잠깐 눕는 거 말고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곳에는 총 20여 분 내외의 의료진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만나게 되는 분들이 오전/오후로 바뀌고 날마다 또 바뀌지만 몇 번 봤다고 벌써 정이 들었나 봅니다. 그만큼 늘 밝게 찾아와 주시고, 불러주시고, 세심히 돌봐주셨어요. 그리고 이 공간도 정이 좀 들었습니다. 코로나 감염 예방차 커튼을 늘 치고 있어서, 같은 병실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 한번 제대로 못 해봤지만 나름의 공동체 감도 생겼고요. 한 번씩은 쥐어 짜가며 글을 써내고 순간들의 감정을 파고들었던 이유도 이 정든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난 열흘은 제게 특별히 여유로웠습니다. 여행에서도 누리지 못했던 여유를 누린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병원생활에 특별히 여유를 누릴 수 있었던 건, 제 손발이 묶여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손발이 자유롭지 못하니 할 수 있는 게 적어지고 그렇게 몸과 마음이 비워지면서, 일상에서의 모든 걱정과 염려, 무거운 짐들까지 다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이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1주일에 하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안식’하라고 하셨나 싶어요. 몸도, 마음도 평안을 찾는 그런 ‘구별된’ 시간으로요.


엽기적인 사고였지만 국밥을 쏟음으로 인해 펼쳐진 스토리는 제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나님의 큰 선물이었습니다. 쓰다 보니 또 감동이 올라오네요.

이 방에서 조금 더 계셔야 할 두 분과 뵙지는 못했으나 다른 병실에 계신 분들, 앞으로도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써주실 모든 분들께 회복과, 더 좋은 건강과 하나님의 샬롬이 있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그리고 감사하고 행복한 연말과 연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