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드디어 여행 출발이다.
하필이면 '어버이날'이라 불리는 그 날,
가족을 두고 나만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게
괜스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하루 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쩌면 전야제로 마음이 편했던 건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어버이날 파티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엄마가 내 뒤를 몰래 따라오더니
주머니에 무언가 쿡 찔러주었다.
많이는 못 넣었어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게 미안하기도 했었는데...
오히려 엄마가 나를 생각해서 용돈을 챙겨주니
괜히 더 미안하고, 고맙고, 눈물이 핑 돌았다.
봉투가 구깃구깃한 걸 보니
이미 엄마가 품고 다닌지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게 느껴졌고,
분명히 한 장 한 장 비상금으로 모아둔 돈일 텐데
다 큰 딸내미 여행 간다고 용돈을 챙겨주다니...ㅠ_ㅠ
올해 초만 해도
"너 올해는 어디 안 가는 게 좋겠어"했던 엄마였다.
몇 달 전까지는
"요즘 사건 사고가 많은데 가야겠어?"했던 엄마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백수인데 유럽까지 가?"했던 엄마였다.
엄마의 모든 마음을 담아
내내 여행 가는 걸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고자 하는 마음이 확고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근데 하루 전,
딸내미를 챙겨주는 엄마의 마음에
그동안 불안하고, 불편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다 녹아버렸다.
엄마가 챙겨준 용돈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워서
봉투 그대로 책상 서랍 깊숙하게 넣어놓았다.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며
아끼고 아껴서 써야지 싶어서~ :)
아! 이제야 진짜 준비가 다 끝났네~
마음까지 가벼워졌으니 말이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설렘이 앞섰던 걸까?
공항버스를 못 탈까봐 불안했던 걸까?
새벽 3시 50분
잠도 이루지 못한 재, 어스름한 새벽길을 나섰다.
골목길을 지나 대로변으로 가는 길
엄마한테 전화가 한 통 울렸다.
"벌써 나갔어? 데려다준다니까"
어두운 길, 캐리어 끌고 가는 게 힘들까봐
아빠가 알람도 맞춰놓고 잤단다.
"아냐~ 거의 다왔어~ 깰까 봐 조용히 나왔지"
사실 골목이 너무 한적해서
쪼~끔 무섭긴 했는데
전화를 받고 나니 무적이 된 것만 같았다.
"도착해서 연락할게~"
텅 빈 골목,
다른 때 같았으면
어두운 길을 걷는 게 무서울 수도 있었을 텐데
작은 가로등 불빛들이
도심의 야경처럼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나는 지금 신났구나!! :)
큼직한 캐리어를 끌고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가로등이 핀 조명처럼 딱 떨어지니
오래된 내 캐리어도 참 예뻐 보였다.
9년 전, 나와 유럽 여행을 함께 한 후
창고 살이를 한참 했던 캐리어!
처음으로 스티커를 사서 꽃단장을 해주었다.
티거 네임텍도 달아주고
벨트도 해주니 제법 그럴듯한데~?
예전에 달았던 네임텍은 떼어버릴까도 싶었는데
왠지... 떼는 게 아쉬웠다!
핑크 이름표 또한 이 캐리어의 과거니까...
나름 표시가 되어 눈에 잘 띄어서 좋았다.
이번 여행! 잘 부탁한다~ 나의 캐리어 :)
공항 가는 길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드며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고
나의 여행도 힘차게 시작되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