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코루나의 행복

체코 공항에서 공항버스 타고 기차 중앙역 가는 길

by KYLA


혼자 여행을 할 땐

기쁜 일을 함께 할 친구도 없지만

힘든 일을 겪을 때 의지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걸 스스로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쓸쓸했다.

크고 작음을 떠나서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

체코 공항에서 기차역을 가는 여정도 참 녹록지 않았다.




베를린에 가려면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비행기가 연착 없이 제 시간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짐을 찾는 것도

지체 없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원래는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려 했으나

시간 여유도 생겼으니

공항버스를 타고 가도 될 것 같았다.

유럽은 택시비가 비싸니까

이럴 때 아껴야하지 않겠나?


이런 상황을 대비해 체코 오기 전,

기차역까지 이동수단을 뭘 타야 할까 싶어서

공항 버스를 탔던 사람들의 포스팅도 찾아봤었다.

그런데... 나의 노력이 의미가 없어졌다

오 마이 갓! 정류장이 바뀌었다!!!



블로그에서 봤던 장소에서 공항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길을 많이 헤매서 기차를 놓치면 어쩌나...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냥 처음 계획했던 대로 택시를 타고 갈 걸~

괜히 바꿔서 심장이 콩닥콩닥 버라이어티했다.

등에 땀이 났던 그 순간을 기록해보려 한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를 나와 오른쪽을 보면

공항버스 타러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래도 안내문이 바로 보여서

이때까지는 마음이 놓였던 것 같다.

찾아봤었던 공항의 이미지와

가는 방향이 맞았으니 말이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대중교통 티켓을 판매하는 부스가 보인다.

오호~ 여기까지도 찾아봤던 거와 똑같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속으로 나는

'그래, 잘하고 있어!

이대로만 해~ 잘 갈 수 있어!' 싶었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지하철, 트램, 버스 티켓을 사는 곳

직원이 두 명 있었는데

어떤 사람에게 말을 하고 물어봐야 할까?

누가 더 친절하게 말을 해줄까 살폈다.


한국어로 할 땐,

세상 똑부러지고 할 말 다 하고 사는 나인데

외국어로 해야 할 땐 세상 쫄보가 된다.

아... 나도 외국어를 솰라솰라 잘하고 싶다.


반도체 칩처럼 몸에 뭐 하나 딱 심거나,

패치를 붙이면 외국어 능력 상승!

내 입으로 외국어가 다다다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먼 미래에는 그런 세상이 오려나?

내가 외국어를 배워서 열심히 연습하는 게 더 빠를까?


어쨌든, 나는 두 직원의 표정을 스피드하게 살펴봤고

한 직원은 고개를 싸~악 돌리기에

나를 쳐다보는 왼쪽 남자 직원을 향해 걸어갔다.


용기내어 '공항버스 티켓 한 장 부탁드립니다' 했는데

이게 웬 걸~ 버스에 타서 직접 내라고 한다.

블로그에서는 버스에 타서 직접 낼 때도 있지만,

카드기가 없는 버스도 있으니

티켓을 끊으라고 했었는데…

직원이 말하길,

이제 카드로 다 되니까 카드를 찍고 타라고 한다.


혹시나 내 카드가

여기 버스에서 안 되면 어쩌나 불안해서

카드를 보여주면서

카드 밖에 없어서 티켓을 사고 싶다고 말하니

걱정 말라며 카드로 찍고 타란다...


걱정이 됐다.

체코에서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이곳의 화폐인 '코루나'로 환전을 해놓은 게 없었다.

직원이 카드가 된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불안함이 가라앉질 않았다


티켓이 이제 없어진 걸까?

돈을 내겠다는데 대체 왜 표를 안 끊어주나요?

결국, 나는 불안한 마음 그대로 버스를 타러 갔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매표소 바로 옆으로 있는 게이트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길로 쭉 가면 되는데

초행길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거리가 좀 있는 건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게이트를 지나 걷다 보니 이번엔 좌회전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인데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이 길로 가는 게 맞나 싶은 의심도 들었다.


다들 차를 갖고 오나?

오늘 공항이 한산한 건가?

대중교통 타러 가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없지?

빨리 확인을 해야

다음 대안을 찾을 수 있으니 발걸음을 재촉했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좌회전을 하니 복도가 꽤 길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좌측으로 쭈욱 출입문이 있었다.


대중교통을 타러 정류장으로 나가는 문이다!

사람들이 좀 보이기 시작하니

내가 제대로 왔구나 싶었다.

아~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여기까지는 블로그에서 봤던 모습이었다.

공항 앞쪽에 보이는 곳이 정류장이었고,

저기서 가장 앞쪽에 있는 곳이

공항버스 타는 곳이었으니까

전광판만 한 번 더 확인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어라? 공항버스 표지판이 없다!



여기가 공항버스 타는 곳이 아니란다.

주변 외국인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고,

한국인 관광객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고,

전부 시내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정류장 지도를 확인해보니

공항버스 타는 곳이 건너편이라고 하는데,

건너편에 가봐도 공항버스 타는 표지판이 없다.

얼마나 건너편으로 가야 하는 거지?


여기가 택시도 있고, 버스도 있고

대중교통 타는 곳이 맞는데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만,

정작 정류장 표지판은 세워져 있지 않았다.

침착하게, 침착하자! 생각을 해야 한다!


다시 공항 출입문으로 와서

건너편이라고 되어 있는 곳을 쭉 살펴보았다.

여기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갈 수 있는 건너편 정류장은 다 살펴보았다.

하지만, 공항버스 정류장은 없었고

그렇다면 훨씬 더 가야 하는 건너편...

주차장을 지나가서 있는 건가?


주차장이 공항과

거꾸로 된 ㄷ자 형태로 마주하고 있어서

어쩌면 주차장 너머의 건너편이겠구나 싶었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횡단보도를 건너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깝지 않았던 꽤 먼 거리의 직선 거리

여기가 맞나? 걱정이 될 때쯤

공항버스 이정표가 보였다!!


중간에도 이정표가 하나 있었으면

아니, 횡단보도 건넜을 때도 이정표가 하나 있었으면

헤매지 않고 더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직선 끝에 다다러서야

코너로 돌아갈 때쯤이 되어서야

이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니...

너무 반가웠고 안심이 됐지만

지나고 보니 좀 더 친절한 안내가 되어있었다면

덜 불안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코 바츨라프 하벨 국제 공항


코너를 돌아 쭉 직진하니

사람이 2명 서 있었고

와! 드디어 공항버스 표지판이 있었다!

AE 표지판!

여기가 공항버스 타는 곳이 확실합니다~


공항 버스가 이렇게 멀리 있다니...

헉헉 거리며 캐리어를 끌고 와야 할 거리에...

내가 체력이 약한 건가?

그래도 이 거리는 너무한 거 아니오?

심장이 벌렁거렸단 말이오!


그래도 잘 찾았다!

공항버스 정류장~!


공항버스 표지판 뒤쪽으로는 버스가 많았는데

관광 패키지 타고 가는 사람들인가?






기다리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더 오기 시작했다.


길을 좀 헤맨 끝에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되었고

공항버스가 30분에 한 대씩 이었나?

기차역까지 갈 때 소요되는 시간이 있다 보니

이번에 오는 버스를 꼭 타야 했다.


시간에 맞춰서 공항버스가 도착했고

20분 정도면 기차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버스에 카드를 찍었는데...

이런!! 카드가 안 됐다!!

비자 카드, 마스터 카드, 죄다 안 되고

트래블 카드? 찍어봤지만 이 또한 안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럽의 카드 시스템상

한국의 신용카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단다.

그러니까... 내가... 표 끊어달라고 했잖아요...

아... 진짜 울고 싶다...


3장의 카드를 찍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내가 갖고 있는 현금이라고는... 코루나가 아니다.

달러는 안 되냐? 했지만 안 된다고 했고

유로는 안 되냐? 했지만 안 된다고 했다.

나는 100코루나가 없어서 버스를 못 탈 위기에 처했다.

100코루나면...

한화 약 6,800원...

내가 이 돈이 없어서 버스를 못 타는 구나...


망했다... 나는 기차를 놓치겠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민폐녀가 될까 싶어 버스에서 내리려는 순간!

한 외국인이 100코루나를 건네며

버스비를 대신 내주었다!


와!!! 100코루나 천사다!



와!! 진짜 그 순간 내가 느낀 감동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그녀 덕분에 무사히 공항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 지폐 한 장이 어찌나 감사하고 고맙게 느껴지는지

나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져서

그녀를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내 뒤에 서 있었는데

연인 혹은 부부로 보이는 일행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연초를 피우는 탓에

담배 연기가 자꾸 나한테 와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인상 가득한 얼굴로

일행에게 열변을 토하며 줄담배를 피웠었는데,

내가 짜증이라도 냈으면 정말 큰일날 뻔...

인상이라도 썼으면 어쩔뻔했나~


정류장 주변엔 흡연실이 없었다.

공항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이 사람도 짜증이 났나 싶었다.

해외이다 보니 마음이 조금 열려있기도 했었고,

정류장을 찾은 기쁨에

담배 연기 좀 맡는 거 쯤이야 참을 수 있어 싶었다.

그러려니 참았던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내가 이 버스를 탈 수 있었을까?

기차역에 갈 수 있었을까?






현금은 우리나라 버스처럼 내면 됐고 영수증을 줬다.


예전에 체코 버스는 티켓을 펀칭했던 거 같은데

공항버스 시스템은 바뀐 건가?



체코 공항 버스


무사히 타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쳤고,

그녀 또한 웃는 얼굴로 답해줬다

공항 버스 안에는 캐리어를 두는 공간이 따로 있었고,

안으로도 공간이 길게 뻗어 있어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꽤 있었다.

캐리어를 좌석까지 끌고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노약자석에 앉는 젊은 사람도 없었다.


공항버스는 멀리 프라하성을 비롯한 명소들을 지나

기차를 탈 수 있는 체코 중앙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나는 그녀와 감사 인사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버스에서 내리면

기차역 입구를 못 찾는 사람들도 있는데

공항버스 내린 바로 그 자리! 거기가 기차역 입구다.

광장처럼 생겨서 바로 앞 건물로 건너가야 하나 싶은데

버스에서 내린 자리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곧장 기차역으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굳이 지상에서 건너가서 헤맬 필요가 없다.


체코 공항버스 타느라 정말 십년감수했다.

이쯤에서 마음 졸이는 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베를린을 향한 여정은 참으로 험난하구나…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3화13시간 30분간의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