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 + 탄산수 = 숄레?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생긴 일 - 2025년 5월 9일

by KYLA


신기하게도 내 주변에는 독일하고 연관있는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올해 베를린 여행을 결심하게 한 애착 후배, 혜진이를 비롯해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살았던 부부,

마인츠에서 유학을 했던 친구,

뒤셀도르프와 베를린으로 워킹 다녀온 친구까지~

우연히 알게 됐는데,

독일과 인연이 있는 친구들이 4팀이나 있다 보니

마치 독일이 이웃나라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첫 독일 여행은

슈투트가르트에 살았던 친구를 보러 갈 겸 갔다가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하이델베르크 여행을 했었다.

친구들 덕분에 시야도 넓어지고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특별한 행복을 누리는 것 같다.


이번에 독일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독일 어벤져스(?) 친구들이 여러 정보를 줬는데

그 중, 워킹 갔던 친구가 베를린에 간다면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을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곳에서 들었던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다며

언니도 들어보면 좋겠다고 알려줬다.


여기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하니까,

혜진이도 안 가봤었다며 예매해준 덕분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


◎ 비용

1인 €93.00 x2 = €186
▶ Total €186
(한화 289,849원 / 5월 9일 환율 기준)


5월에 가는 거니까

4월에 예약하는 것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궁금했던 공연은 이미 매진이었고,

2개 공연의 좌석만 남아있었다.


그래도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에 가는데

다른 단체나 홀 대관 공연이 아니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규 공연을 보고 싶어서 자체 공연을 예매했다.



⊙ 5월 9일 동선

숙소 → 테러의 토포그래피 박물관 → 더 반 카페 → 체크포인트 찰리 → 블랙박스 냉전 박물관 → DM

→ 케밥 레스토랑 '테라스' → 라우쉬 초콜릿 → 리타 초콜릿 →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 브란덴부르크 토어

→ 아인슈타인 카페 → 암펠만 스토어 → 베를린 필하모니 → 포츠담 로컬 식당 → 숙소 복귀



나는 사실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른다.

어릴 때부터 국사책 한 권은 외워도

대중가요 한 곡의 가사도 잘 못 외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노래의 가사도 별로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사가 정말 안 외워졌고,

겨우 외우면 후렴구가 최선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랑 노래가 나오고,

이별 노래가 나올 때면

내 마음을 노래하는 것 같아서 공감이 간다고 하는데...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먼저 들렸다.

멜로디가 밝은지, 슬픈지에 따라서 다르게 들렸고,

가사가 좋고, 공감가는 것도 좋지만

멜로디가 마음에 와 닿으면 그 음악이 좋았다.


가끔은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웠는데

가사는 파격적인 노래도 있어서 놀랄 때도 있었다.

이런 강렬하고 섹슈얼한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가 어울리는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나는 그저 멜로디를 이루는 악기의 선율이 좋다.

첼로는 묵직한 마음의 울림 같아서 좋고

피아노는 말하듯이 튕겨지는 건반의 울림이 좋다.

각 악기마다 매력들이 있어서

악기 연주하는 사람을 보면 멋있고 섹시하게 느껴진다.


한 번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 갔는데

예쁜 원피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또래의 여자 아이가 너무 멋있어서

엄마한테 나도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떼썼던 적도 있었다.

당시,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 배우고 싶다고 욕심을 냈던 거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뭔가 악기에 대해 잘 알고,

피아노 연주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클래식도 잘 듣고, 음악을 조금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전혀~! 음악에 대한 지식은 바닥인 사람이다. :)


그저 모든 음악에는 악기가 쓰이니까~

멜로디를 듣는 게 좋고,

가요, 재즈, 뉴에이지 등등

장르를 불문하고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좋다.


그래서 베를린 가면

꼭 한 번은 들어봐야 한다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궁금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란 어떤 걸까?

오케스트라도, 공연장도 글로벌하다고 하니 듣고 싶어졌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Berliner Philharmoniker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882년,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독립해서 창단한 게 시작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연주자 중심의 오케스트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확립해왔고,

지금도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이 공연을 예매하기 전까지만 해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을 구분할 줄 몰랐다.

유명하다고는 얼핏 들어서 스치듯 알고 있긴 했는데

명칭을 혼동해서 알고 있었고

정확하게 구분지으려고 한 적도 없었다.


이번에 공연을 예매하면서야 확실하게 알았다.

이곳의 관혁악단을 일컫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 필하모니
Berliner Philharmonie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은 겉모습부터 독특했다.

벌집 구조 같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봐와던 보통의 공연장과는 달랐는데

첫인상은 '여기가 공연장이라고?' 싶었다.

단면을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공연장보다는 학교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을 찾아봤더니

아~ 좀 더 모던한 궁전 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한쪽 면밖에 못 봐서 학교처럼 느껴졌던 거였다.


과거 필하모니 공연장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1876년,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가

롤러스케이트장으로 만든 원형 건물을

1882년, 공연장으로 바꿔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장소 또한 이곳이 아닌 베른부르크 거리에 있었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파되었고

소유하고 있던 악기, 악보들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갈 곳을 잃어

연주할 곳조차 마땅치 않았고,

종전 후에는 대학교 공연장이나

영화관에서 공연을 하다가

음향이나 규모가 맞지 않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재건을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1956년 12월 설계 공모전이 열렸고,

'한스 샤룬'이라는 건축가가 당선되면서

1963년, 지금의 '베를린 필하모니'가 개관하였다.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벌집 구조처럼 느껴졌다.

들어갈 때부터 ‘다른 단체의 공연’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이 나뉘어졌고

로비는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화이트 와인 + 탄산수 = 숄레
Schorle



베를린 필하모니




한쪽에는 외투를 맡기는 곳과

가볍게 식음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서 마신 화이트 와인이 문화 충격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니


와인 +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일명 '바인숄레 (Weinschorle)'


◎ 비용

▶ Total €16.00
(한화 27,192원 / 5월 9일 환율 기준)


보통 화이트 와인과 탄산수를 섞는 게 흔하다는데

독일에서는 술을 이렇게 혼합하는 일이

놀랍지 않다는 거다.

폭탄주의 목적이 아니라

술을 가볍게, 오래 마시기 위한 일상 음료란다.


그럼 음료수를 마시지~

왜 술을 섞어서 마시는 거지?

와인에 탄산수를 왜 섞어? 싶었다.

그렇게까지 술을 마시고 싶은 건가? 했는데

막상 맛을 보니까~

어라? 나쁘지 않은데? 싶었다.




베를린 필하모니




와인의 씁쓸한 맛과

탄산수의 톡 쏘는 맛이

스파클링 와인과는 또 다른

더 가벼운 음료수의 느낌이었고

공연 전에 가볍게 한 잔 하기에는 딱 좋았다.




베를린 필하모니



종류에 따라서

Weißweinschorle : 화이트 와인 숄레

Rotweinschorle : 레드 와인 숄레

Apfelschorle : 사과주스와 탄산수를 섞은 숄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뿐 아니라

베를린의 편의점에서도

캔이나 병으로 쉽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술이면 술, 음료면 음료지

왜 그렇게까지 해서 술을 마시고 싶은 걸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았다!


독일은 '리즐링'이나 '실바너' 등

산도 높은 화이트 와인이 많은데

이런 와인은 그냥 마시면 산미가 날카롭고

탄산수랑 섞으면 상쾌함이 폭발한단다.

아하! 단순히 도수를 낮추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더 맛있게! 맛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

바로 '숄레'였던 거다.


점심 식사할 때, 브런치할 때, 일 끝나고 한 잔 등

가볍고 맛있게 마시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는 사실~!


또한, 독일은 맥주를 정말 큰 잔에 오래 마시는 나라다.

맥주잔 하나가 웬만한 얼굴보다 큰 사이즈인데

그래서, 술에 대한 기본 태도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것이다.

도수가 낮아도 OK

양은 넉넉하게 OK

수분 보충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OK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방법이 '숄레'였으니

많은 이들이 '숄레'를 즐길 수밖에 없었던 거다.


베를린 뿐 아니라 독일의 다양한 지역에서

'숄레'를 즐기고 있었고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방식이나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와인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이탈리아의 '아페롤 스프리츠'도

'숄레'와 같은 개념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오렌지, 허브 등을 넣어 만든 술 '아페롤'에

스파클링 와인과 탄산수를 섞어 만든 식전주였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숄레' 문화가

특이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게다가 독일은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이다.

형식과 틀에 얽매여서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편하게 마시는 거니까

이들의 문화가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베를린 필하모니


드디어 공연 시간~!

볼에는 적당히 따땃하게 열이 올랐고,

살짝 기분이 업된 상태로 공연을 보러 들어갔다.


공연장 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독특한 구조였는데

동서남북 어디서 봐도 무대가 보이는 좌석이었다.


기존의 공연장들이

무대와 객석이 마주보는 '슈박스' 구조라면

베를린 필하모니는

어느 공간에서든 무대가 보이는

'포도밭형'의 '빈야드' 구조라고 한다.

이 공연장에서 하는 연주 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더 웅장하게 울리는 걸까? 궁금해졌다.


우리 자리는 무대에서 봤을 때,

우측 위쪽에 있어서 무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고

4열이라서 무대가 꽤 가깝게 보였다.

천장에는 모니터로 독일어와 영어로 된 가사가 나와서

공연의 이해를 도왔다.


드디어 단원들이 무대에 섰고,

기대했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울려퍼졌다.


다만, 음향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웅장한 편은 아니었다.

나는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소리의 파장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음향은 분산되어서 귀에 꽂히기 보다는

좀 더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공간이 동서남북으로 모두 뚫려있다 보니

한 곳으로 모아주는 힘이 약한 것 같았다.


찾아보니까, 이 공연장을 건축 후에

소리가 분산되는 문제점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홀 환경에 맞게 연주법을 바꿨고

음향이 작은 악기들 대신,

좀 더 힘 있고 소리가 명징한 악기로 바꿨다고 한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니가 개관할 때

상임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이 공연장의 구조를 최대로 활용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각 파트를 독립적으로 또렷하게 들리게

홀의 구조를 활용했고,

이 공간 없이는 카라얀의 지휘가 완성이 불가할 정도로

황금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는데...

대체 어떤 소리가 났을까?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이번 공연을 들었을 땐

'이런 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니' 정도는 아니었던 터라

경험해본 걸로 만족하는 정도였다.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은 1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해서

약 2시간 동안 펼쳐졌고,

공연이 끝난 후, 출입구가 많다보니

순식간에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들어갈 땐

좌석 구역이 워낙 분산되어 있다 보니

입구도 많고, 계단 방향도 나뉘어져 있어서

자리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잘못된 입구의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공연 시작이 임박해서야

D구역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베를린 필하모니


밤에 본 필하모니는

사진보다는 실물이 더 예뻤다.

조명으로 빛낸 육각형(?)의 건물이

좀 더 반짝이는 느낌이었다.


자~ 이제 독일 첫 날의 마지막을 장식할

저녁 식사를 하러 가볼까?



※ 베를린 필하모니 ※


주소

☞ Herbert-von-Karajan-Straße 1, 10785 Berlin, 독일

[위치] https://maps.app.goo.gl/aeTJMiRqBzEWwLiU8


연락처

℡ +49 (0)30 254880


공연 시간

- 공연 시간 참고


홈페이지

https://www.berliner-philharmonik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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