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17
#48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어젯밤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 내리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일이다.
국어시간, “비”에 관한 시를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손을 들어 질문했다.
“선생님, 비는 내리는 겁니까, 아니면 오는 겁니까?
언제 어떤 표현을 써야 맞는 겁니까? 둘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내가 좋아하던 그 여선생님은 한참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대답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재치 있고 지혜로운 대답이다.
“비는.. 비는 내려오는 거란다.”
‘아하… 그렇지.’
비는 내리기도 하지만,
비는 또 오기도 하지만,
사실 비는 내려오는 것이다.
또 비는 쏟아지기도 하고
바람에 흩어지기도 하며,
사람과 땅을 적시기도 한다.
소풍을 기대하던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한숨 쉬던 농부들의 걱정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 비는 내리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 비는 오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비는 내려오는 것이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그리고 오늘은 비가 오고 있다.
그렇지만 한참 지나고 돌아보면,
“비는 내려왔다” 고 말할 것이다.
사람도, 사랑도,
감정도,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네가 옳았지만,
오늘은 내가 옳은 것만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둘 다 옳거나 옳지 않다.
비는 내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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