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18
#49
“아프니까 헤어진다”
아프니까 헤어지려고 했는데,
헤어지니 더 아프다.
기억은 잊혀짐 속에 추억되지만.
추억은 예고 없이 기억된다.
아침 바람이 차다.
신발끈을 꽉 조여 맨다.
지하철에서 잠이 든다.
익숙한 목소리가 날 깨운다.
꿈이다.
풀린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맨다.
그렇게 기억될 것을,
그렇게 추억될 것을,
막다른 길에 들어서서야 고개를 저었던
한 어리석은 탐험가의 이야기처럼
길이 없으면 새로 길을 만들 거라던
한 몽상가의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칼바람에 얼굴을 상처 입고서야
털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인다.
또 신발끈이 풀렸다.
내일은 새 신발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