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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Feb 28. 2023

나의 영상에는 코끼리가 있다.

2023 0226


#57


‘나의 영상에는 코끼리가 있다.’


‘상상’ 이란 말의 한자는 想像이다. 

생각할 상(想) + 형상 상(像)인데,

형상 상(像) 자를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코끼리 상(象) 자가 들어가 있는 것.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사람인 변 ()에 코끼리 상(象) 자인데, 

그러니까 상상(想像)은 사람이 

코끼리를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옛날에 중국 사람들이 인도에서 코끼리를 본 후

돌아와서 고향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는데 

말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코끼리의 형상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새로운 단어인 ‘상상’의 탄생비화이지 않을까라는 추측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할 때에는


반드시 ‘상상력’ 이 필요하다.


그렇담 상상력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코끼리를 생각했던 중국인의 상상력은,

그것을 보고 온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누군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디테일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상상 도우미’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영상이라는 한자에도 像자가 있다. 

코끼리가 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제작자는 일종의 상상 도우미이다.


내 역할은 내가 본 코끼리를

코끼리를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에게 

이미지의 연결을 통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코끼리를 잘 관찰해야 한다. 집중력과 눈썰미가 필요하다.


둘째로는 글을 잘 써야 한다.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고 언어적 표현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러니까 표현에 있어 블랙홀을 초등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함과 명료함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시적, 미적 감각도 다분히 필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더 높은 차원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내가 보았지만 마치 보지 못한 상태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본 코끼리를 다른 사람이 보진 못했으니,

나는 다시 한번, 보지 못한 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상상력의 단계를 내 상상력의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고차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코끼리를 보았다. 내가 본 코끼리는 참으로 신비하고 위대하고 놀라웠다.

나는 코끼리를 표현한다. 수많은 이미지와 단어와 소리들로 표현한다.

내가 본 코끼리는 당신이 상상하는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 또한 코끼리를 보지 않았던 그때로 돌아가 당신을 만난다.

그곳에서 나는 당신과 같이 코끼리 꿈을 꾼다.

그곳에서 나는 같은 코끼리를 본다. 


당신이 보지 않은 코끼리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의 영상 속 코끼리는 실재가 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할 것이다.


나의 꿈은 당신의 꿈이 되고,

우리는 이제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영상에는 코끼리가 있다.

당신의 꿈에도 코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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