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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04. 2023

방안이 덥다.

나만의 공간

원래 나의 작업 / 사무공간은 지하의 open area였다.

사방이 다 뚫린 공간이라 그런지 겨울이 되면 털슬리퍼를 신고 긴팔에 조끼라도 걸치지 않으면 꽤나 추운 곳이다.


추위는 그래도 견딜만했다.

그런데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나만의 공간’ 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만의 사적인 공간은 나라는 사람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전제조건임을 방이 없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렇다 사람은 가지고 있을 때는 모르는 것이 많다. ‘결핍’의 상태에서 깨닫는 것이 참 많다.

그래서 늘 결핍의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시지 않는다. 다 채워지면 더 이상 기도 안 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하나님 안 찾을 거니까, 한 두 개의 결핍은 반드시 남겨 두신다.


그런데 나의 하나님은 나의 ‘사적공간’의 결핍을 채워주셨다. 할렐루야.

창고로만 쓰이던 방을 내가 차지(?) 하게 된 것이다.


한 달 걸릴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지하 창고 방 짐 정리가 이틀 만에 끝이 났다.

그만큼 나의 사적공간에 대한 욕구와 갈망은 대단했다.


이 방에 들어오고 나서 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 방이 우리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아니 지하는 으레 추워야 마땅한데 어찌 이 방은 따뜻하단 말인가?

아버님의 한마디 말로 나의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그 방이 히터 바람이 출발하는 지점이야.’


그러니까 우리 집 난방은 뜨거운 바람으로 온 집을 데피는 (경상도 사투리) 시스템인데 내 방 바로 옆에 히터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하의 open area 보다 훨씬 면적이 작고 바람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 내 방은 언제나 따뜻할 수밖에 없다.


유레카.


아주 단순하지만 명쾌한 진리를 깨달았다.


추우면 불 옆에 가까이 가면 된다.


살고 싶다면,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생명의 근원지에 가까이 붙어 있으면 된다.

아니, 그 근원과 아예 하나가 되어버리면 살 수 있다. 내가 믿는 주님과 붙어 있으면 된다.


그 사람은 복이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따뜻하고 또 뜨겁다.

주위가 추워질수록 더 뜨겁게 타오른다.


‘히터 옆방에 사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꿀잠이 그의 것임이요.’


실제로 며칠 전 방바닥에 잠시 누웠다 이불도 없이 잠이 들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나는 알고 있다.

내 방의 히터 구멍 여닫이를 슬쩍 닫으면,

그러니까 내 방의 들어올 히터바람을 포기하면


문 바깥 여전히 추운 지하거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내 아내가 따뜻해진다.

그렇다. 사랑은 희생이다. 사랑은 포기이다.


더운 바람 소리가 어느새 멈췄다. 온 집안이 맞춰놓은 적정온도에 도달했다는 소리이다.

물론 내 히터구멍은 닫혀있다. 나는 마음이 따뜻한 남자니까.


#여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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