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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04. 2023

나도 모르는 나에 관하여

축소지향의 일본인

2023 0103

#3


고(故) 이어령 교수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고 있다. 



첫 번째 소챕터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 이 책을 내가 일본에 있었던 2010년에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일본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였다.


정말이지 탁월한 책이다. 모든 페이지와 문단, 문장과 단어들이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거나 ‘오…!’ ‘아하…!’ 하며 감탄사를 저절로 내뱉게 된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인생책’이라 할 만한 영향력 있는 책을 몇 권 만난다고 하는데

아직 3분의 1도 채 읽지 않았지만, ‘축소지향의 일본인’ 은 단연 나에게 그런 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을 만큼 놀랍고 신비한 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일본에 관한 책에 이렇게 열광하느냐고…?


사실 일본과 나의 인연은 특별하다.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1.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고 1학년 때까지 일본어를 배웠다. 

(남들은 다 영어학원이니 과외니 다닐 때 나는 일본어 과외를 꾸준히 받아왔다.

2.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였다.

3. 나는 일본어 자격능력시험 2급 보유자이다 (2급을 가지고 있으면 일본 단과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4.나는 대학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일본 요코하마에 1년간 산 경험이 있다.

5. 나의 친형은 20년 넘게 일본에 살고 있다 (후쿠오카라는 곳에 산다)



다행히 아직도 나의 일본어 실력은 (쓰기를 제외하고는) 아직 죽지 않아서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자막 없이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영어와 일본어를 비교했을 때 일본어가 더 편하고 쉽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은 내가 알던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일본어에 대해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또 내가 주목한 부분은, 한국인인 이어령 교수가 일본인에 대해 일본인들 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아 어쩌면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분명 많이 있겠구나.’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어쩌면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부분이 많겠구나.’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나에 대해 충분히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나의 단점에 대해, 고쳐야 할 것들에 대해,

누가 관심을 가지고 말해주지 않으면, 때로는 지적하고 충고해주지 않으면 나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언젠가 심리상담 시간에 ‘내가 아는 나’와 ‘남들이 아는 나,’ 또 ‘남들이 모르는 나’와 ‘나도 모르는 나.’ 

이렇게 4가지 나의 모습의 간극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온전하고 행복한 자아’로 자라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나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준다면, 

‘당신은 OO지향의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준다면, 

그 말들이 쌓이고 쌓여 책이 될 만큼 나에 관해 매일 밤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들이 가시처럼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타민처럼 보약처럼 나를 낫게 하고 자라게 하는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그런 한 사람을 만나는 게 내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이 잘되기를 성공하기를 바라며,

그 사람이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해 따뜻한 말로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런 지혜와 통찰력이 나에게 생겨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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