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지향의 일본인
2023 0103
#3
고(故) 이어령 교수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고 있다.
첫 번째 소챕터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 이 책을 내가 일본에 있었던 2010년에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일본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였다.
정말이지 탁월한 책이다. 모든 페이지와 문단, 문장과 단어들이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거나 ‘오…!’ ‘아하…!’ 하며 감탄사를 저절로 내뱉게 된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인생책’이라 할 만한 영향력 있는 책을 몇 권 만난다고 하는데
아직 3분의 1도 채 읽지 않았지만, ‘축소지향의 일본인’ 은 단연 나에게 그런 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을 만큼 놀랍고 신비한 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일본에 관한 책에 이렇게 열광하느냐고…?
사실 일본과 나의 인연은 특별하다.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1.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고 1학년 때까지 일본어를 배웠다.
(남들은 다 영어학원이니 과외니 다닐 때 나는 일본어 과외를 꾸준히 받아왔다.
2.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였다.
3. 나는 일본어 자격능력시험 2급 보유자이다 (2급을 가지고 있으면 일본 단과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4.나는 대학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일본 요코하마에 1년간 산 경험이 있다.
5. 나의 친형은 20년 넘게 일본에 살고 있다 (후쿠오카라는 곳에 산다)
다행히 아직도 나의 일본어 실력은 (쓰기를 제외하고는) 아직 죽지 않아서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자막 없이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영어와 일본어를 비교했을 때 일본어가 더 편하고 쉽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은 내가 알던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일본어에 대해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또 내가 주목한 부분은, 한국인인 이어령 교수가 일본인에 대해 일본인들 보다 더 잘 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아 어쩌면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분명 많이 있겠구나.’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어쩌면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부분이 많겠구나.’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나에 대해 충분히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나의 단점에 대해, 고쳐야 할 것들에 대해,
누가 관심을 가지고 말해주지 않으면, 때로는 지적하고 충고해주지 않으면 나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언젠가 심리상담 시간에 ‘내가 아는 나’와 ‘남들이 아는 나,’ 또 ‘남들이 모르는 나’와 ‘나도 모르는 나.’
이렇게 4가지 나의 모습의 간극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온전하고 행복한 자아’로 자라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누군가 애정을 가지고 나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준다면,
‘당신은 OO지향의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준다면,
그 말들이 쌓이고 쌓여 책이 될 만큼 나에 관해 매일 밤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들이 가시처럼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타민처럼 보약처럼 나를 낫게 하고 자라게 하는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그런 한 사람을 만나는 게 내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이 잘되기를 성공하기를 바라며,
그 사람이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해 따뜻한 말로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런 지혜와 통찰력이 나에게 생겨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