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03
#94
<비를 바람>
그녀는 바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비가 쏟아 내리던 그날 밤,
그녀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메마른 광야를 걷고 있던 그는
온 세상을 적시는 비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는 차갑지만 따뜻한 비가 되고 싶었습니다.
캄캄한 밤, 별빛에 의지해서 길을 걷던
그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했고,
그도 그녀에게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의 끝에서,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시작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유를 찾아
바람이 되어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사라져 버린 그녀를
그는 매일 같이 바라고 또 바랬습니다.
생기 없는 땅,
어디선가 바람이라도 부는가 싶으면,
혹시 그녀일까 싶어 하루종일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루는
폭풍이 몰아치며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었는데,
그의 눈물이 그치질 않아,
그는 구름과 함께 비가 되었습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종종,
그녀를 바라던 그가 비가 되어
바람이 된 그녀를 좇아
바람과 함께 눈물과 함께
비바람 내리기도 합니다.
비를 바라던 그는
바람을 바라던 그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