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가능하세요?

by 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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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를 시작하면 오랫동안 하는 편이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더라. 나랑 통화를 하면 되게 오래 하게 된다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화”로 얘기를 나눈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통화를 하는 시간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이리라.


나는 전화를 거는 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이 존재한다.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지 못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전화로 음식을 주문을 하기 시작한 것도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얻은 능력인데, 이런 나에게 ‘배달의 민족’은 한줄기 빛과 다름없다. 반대로 잘 못 걸려온 전화나 광고성 전화도 매몰차게 끊지 못했었다. 가만히 서서 얘기를 듣다가 휙 돌아서 가버리는 것과 다른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잘 함)


얼마 전에 친구와 한 시간 반 동안 페이스 타임으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 웃기기에 정신이 팔렸던 것 같다. 한참 코로나로 인해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친구들 얼굴도 보지 못했던 때라 마지막엔 끊기 싫어서 별의별 얘기로 시간을 끌었던 게 생각난다.


누군가와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한다는 건 인류가 만들어 낸 새로운 패러다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화가 생기기 전에는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 얼굴을 보지 않은 체 대화하는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의외의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건 상상에 맡기고 오직 목소리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설레는 행위였을 것 같다. 살다 보니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믿고 싶은 대로 믿을 여유는 우리를 기분 좋은 상상 속에 머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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