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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을 찾아서

by 쿠나

예술가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눈부신 장면들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여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자기 안에 내재된 예술적 가능성과 조우하고, 그를 통해 자기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누군가의 시선에 얽매여 자기답게 살지 못했던 외로운 시간을 알아채기도 한다. 삶의 예술적 측면은 저마다 각기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서로 다른 능력이나 개성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독특성과 다양성은 예술 세계의 고유한 표현방식이며,

우리의 삶은 남 보기에 비슷할지언정 똑같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지극히 예술적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기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기다움은 한 개체이자 조직의 구성원으로 잘 기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기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내면의 욕구와 동기가 만족이 될 때 나타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하고 싶어지는 놀이처럼, 자기 자신으로 충분한 순간은 오롯이 자기를 위해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시간이다. 그 순간에는 무조건적 자기 긍정이 가능하며, 자기라는 존재에 대한 감사가 그냥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른다.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게 되는 바로 그때 비로소 마음 놓고 자신을 해방시키며 자유로움을 맛본다. 자기다움에 가까워질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존재에 대한 존엄을 지킬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로부터 “너는 이런 아이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며 자아상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유아기의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날수록 타자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이 궁금해지고, 신경이 쓰인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복합적 정의는 타자에 의해 계속해서 쌓여가고 구성된다. 나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자료가 누적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자기규정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보고 평가하는가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 만약 스스로 자기다움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진짜 만나야 할 자기 모습과는 점점 멀어질지도 모른다. 타인의 눈에 비친 단편적이고 희미한 자기 모습이 전부인 양 자기를 오해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다움을 찾기 위한 여정은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중요한 과정이다.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지난가을 학기 대학생 수업에서 자연물로 자신을 정의 내리는 활동을 했다. 아울러 옆 친구가 자신을 어떤 자연물로 표현해 줄지도 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해 보았다. 나는 은행잎 한 장으로 ‘나’를 나타냈다. 은행잎의 노란색이 갖는 밝음과 유치함, 부담스럽지 않게 장난치고 장난을 받아줄 수 있는 환한 느낌이 좋았다. 나이 들수록 순수한 동심을 가져야만 젊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개의 팀에서도 자연물로 나를 구성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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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떠올리면 외모적으로는 풀뱅 앞머리, 안경, 목에 두른 스카프, 내면적으로는 독립심과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물’과 같은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을 자연물로 표현하였다.

-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다양한 능력을 나뭇잎 위의 동그란 색색 폼폼이로, 반짝반짝 빛나라는 바람을 별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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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웃는 귀여운 모습을 토끼로 표현하였다.

-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내면의 단단함을 돌로, 왕성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말랑말랑한 모습은 다양한 색의 부드러운 폼폼이로 표현하였다.


내가 표현한 노란 은행잎과 가장 의미가 맞닿아 있는 ‘토끼’는 그 후로 겨울, 봄, 여름 세 번의 계절이 바뀌어도 아직 연구실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자기다움을 찾는 일은 꾸준함과, 시간이 오래 걸려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필요로 한다. 인생에서 자기다움을 찾게 될 때 삶에 어떤 변화가 올까? 꽤나 힘들었던 방황은 소중한 의미가 되고, 마침내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나아가 타인도 자기와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타인에 대한 높은 기대를 낮출 수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떨어질 때는 얼지 않을 만큼만”이라는 말을 남겼다. 서로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일은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서로의 자기다움을 허락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가 다른 생각과 선택을 해도 존중할 수 있고, 서로 다름의 빈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 순간 우리의 일상은 다양성을 축하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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