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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Sep 14. 2022

인생의 터널을 통과하기

차로 터널을 통과할 때, 터널 안의 어둠과 막 터널 끝에 보이는 환한 빛의 대조적 풍경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한때 마음이 힘들어서 낮이나 밤이나 시간이 정지된 듯,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가 있었다. 마치 빛 하나 없는 캄캄한 터널의 끝을 더듬더듬 찾으며, 과연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답답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던 때였다. 그저 긴 인생길에서 잠깐 통과하기만 하면 되는 터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터널 안에 갇힌 듯한 시간이 왜 그리 더디고 지루하게 흘러갔을까?      


터널의 끝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어둠은 짙어지고, 마음은 괴로웠다. 그 무렵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올 적마다 김윤아의 [Going Home]을 들으며,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생기길,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도했다. 나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과 사회적 책임을 벗고, 언젠가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을 소원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느새 집으로 돌아와 빛나는 햇살 아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맑고 단순하고 즐겁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캄캄한 터널 안에 머물러서인지,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마음과 몸이 일치된 명쾌한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간절하게 바라고 원하던 일이 이루어져 완전한 내적 평화가 일렁이는 나의 마음이 마음껏 웃고 있다.          




<드디어 환한 빛 속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터널]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오빠와 조용하면서 겁이 많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여동생이다. 두 사람은 현실 남매의 모습처럼 맞는 구석이 없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거나 함께 어울려 노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터널을 오빠가 먼저 기어서 들어가고, 동생이 오빠를 따라 터널로 들어가면서 관계가 전환된다. 두렵고 떨리지만 먼저 간 오빠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었던 여동생은 드디어 터널 안에서 오빠와 만나게 되고, 함께 터널을 빠져나온 후 둘의 관계는 이전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워진다. 터널은 각자의 갈 길 가던 두 사람이 한 길에서 만나게 된 연결지점이다.      




<터널로 들어가면>


가족은 서로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누구 하나에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의기투합 뭉치게 되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다. 내가 통과했던 터널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몇몇 동지들을 떠올려 본다. 서로의 손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도록 의지가 되었던 사람들. 원가족을 넘어 확장된 가족이 되어주었던 그들의 지지와 격려로 그때의 나는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터널 그림을 그리면서 나의 동지들로 인해 내가 통과했던 터널이 마냥 깜깜하고 무서운 곳만이 아니었다는 걸 기억할 수 있어 새삼 감사하다.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 sister
and brother who were not at all alike.
They fought and argued all the time.
Then one morning they discovered
the tunnel and everything changed...
 
- Anthony Browne <The Tunn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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