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나 Feb 13. 2023

인생을 바꾸는 운명적 만남

이탈리아의 작은 섬마을에 ‘마리오’라는 청년이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어부인 섬마을에서 마리오는 행동이 굼뜨고, 말재간이 없고, 어수룩해 보여서 유능함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날 이 작은 마을에 온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칠레의 대문호 ‘파블로 네루다’가 정부 탄압을 피해 망명 겸 휴식차 이 섬에 머무르기 위해 온 것이다. 전 세계에서 네루다를 응원하기 위한 편지가 쇄도하고, 우체국 업무는 갑자기 폭증한다. 마리오는 우체국의 임시 집배원으로 고용된다. 그가 소유한 자전거와 읽기․쓰기 능력은 집배원으로서 딱 필요한 조건이다. 마리오에게 주어진 유일한 우체국 업무는 네루다에게 편지를 배달하는 일이다. 매일 편지를 배달하면서 친해진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깊어지고, 그만큼 마리오가 네루다의 집에 머무는 시간도 조금씩 길어진다. 네루다를 향한 마리오의 마음도 존경과 흠모로 커진다.      


“은유(메타포)가 뭐예요?”
 “하늘이 운다는 게 무슨 뜻이지?”
“비가 온다는 뜻이죠.”
“그게 바로 은유야.”     


네루다는 마리오의 눈높이에 꼭 맞는 설명을 한다. 마리오의 머릿속에 ‘은유’라는 말이 종처럼 울린다.      


“어떻게 시를 쓰죠?”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감상해 봐.”
“그럼 은유가 떠오를까요?”
“그렇게 될 거야.”      


이날 대화 이후 마리오의 귀에는 매일 들던 바람 소리, 파도 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려온다. 마리오는 네루다와의 우정을 통해 시와 은유의 세계를 만나게 되고, 은유를 통해 점점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간다. 작은 섬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모두 네루다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오직 한 사람 마리오만이 마음으로 네루다를 받아들였으며, 그가 떠난 후에도 네루다가 남긴 영향이 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블로 네루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 이탈리아)’에 등장하는 마리오와 네루다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방향을 바꿔주는 큰 존재를 만날 때가 있다.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다. 큰 존재를 만나게 되면 이전에 볼 수 없던 것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을 듣고, 알지 못하던 것을 깨닫는다. 큰 존재를 만나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네루다를 만난 마리오는 시인이 되었고,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을 만난 이름 없는 동네 아전의 아들이었던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평생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예수님을 만난 갈릴리 어부 베드로는 이제부터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목숨 바쳐 지켜 교회의 반석이 되었다.       


인생을 바꾼 만남이 있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온 맘 다해 닮고 싶은 큰 존재와의 만남이 있다. 그의 영향력에 마음을 활짝 열고 열렬히 반응한다. 그 존재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어도 여전히 그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 그도 조금씩 마음의 그릇이 큰 존재가 되어 간다.      


나는 누군가의 네루다였고, 누군가의 마리오였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반응하여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혹 매일 만나는 가까운 사람 가운데 내 삶을 바꾸어줄 대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 나도 모르게 내가 누군가의 삶에 스며들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번 생에서 그를 안 만났더라면 어쩔 뻔했어.”하는 아찔한 생각이 드는, 살면서 몇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운명적 만남을 기다려 본다.                 

작가의 이전글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