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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나 Feb 14. 2023

사랑,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 그가 자꾸만 보고 싶다.

- 그가 어디 있나 자꾸만 찾게 된다.  

- 그가 자꾸만 생각난다.

-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안부를 묻고 싶다.

- 좋은 곳에 가면 다음에 그와 함께 오고 싶다.

- 좋은 것을 먹으면 다음에 그와 함께 먹고 싶다.

- 좋은 것을 보면 그에게 사 주고 싶다.

- 혼자 하던 일이 시들해진다.

-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누군가가 한 사람의 마음에 들어올 때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다. 한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거리고 열이 오르는 기분, 풀이 죽고 시무룩해지는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며 종잡을 수 없는 상태, 사랑이 시작되는 신호다. 내가 사랑에 빠진 대상도 내 마음과 같으면 좋으련만, 실상은 혼자서 애태우는 경우가 더 많다. 잠깐 열병을 앓고 지나가듯 모든 풋사랑과 첫사랑의 기억은 유난히 순수해서 슬프고, 미숙해서 귀엽다.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마음이 풋풋하게 펼쳐지는 그림책, [새가 되고 싶은 날](그림/라울 니에토 구리디, 글/인그리드 샤베르)은 새만 바라보는 소녀와, 그런 소녀만 바라보다 새가 되고 싶어지는 소년의 사랑 이야기다. 학교에 간 첫날 소년은 앞자리에 앉은 소녀 칸델라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 버린다.      


학교에 간 첫날, 난 사랑에 빠졌어요.
첫사랑이었지요.      

 


그런 소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칸델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새에게만 눈길과 관심을 준다. “어떻게 하면 칸델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느닷없이 찾아온 사람의 감정으로 소년은 이전에 없던 에너지와 용기가 증폭된다. 소년은 새가 되기로 마음먹고 깃털 옷을 입고 학교에 온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킥킥대며 놀려도, 깃털 옷 때문에 불편한 모든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칸델라의 눈길을 받고 싶다.     


 

“난 괜찮아요. 정말 새가 되고 싶었거든요.”  



마침내 칸델라가 소년을 본다. 처음으로 둘은 서로의 존재를 마주 본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엇나가던 시선이 서로에게 맞춰진 기적 같은 순간이다. 칸델라는 소년에게 다가와 무거운 깃털 옷을 벗기고 말없이 꼭 안아준다. 마치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이제 깃털 옷을 입지 않아도 돼. 진짜 네가 좋아졌거든.”  

    

칸델라의 품에 안긴 소년의 마음은 하늘로 부~웅 떠오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때의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은 특별한 관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다.      


“난 이제 새가 아니에요. 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답니다.”      


영화 [아바타](2009)의 나비족이 사용하는 특별한 인사 “I see you.”에는 단순히 너를 본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I see you.”에는 내 마음에 들어온 특별한 대상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담겨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한 칸델라와 소년도 “I see you.”라고 인사하지 않았을까.

      

[새가 되고 싶은 날]의 그림 작가와 글 작가가 그림책 첫 장에 남긴 헌사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라울에게, 책을 만들며 함께한 아름다운 순간들에 감사하며. -인그리드-      
칸델라, 고마워. -라울-



이 말이 나의 눈에는 서로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전하는 “I see you.”로 보인다.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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