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런데, 진짜 어쩌지...?
“B형 독감이래요.”
카톡이 울렸다. 병원에 간 아내는 독감 확진을 받았다. 앞으로 이틀 간은 전파력이 있어 조심해야 한단다. 텅 빈 눈으로 아내의 카톡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머뭇거리는 손가락으로 아내에게 답장을 보낸다. 에구. ㅠㅠ. 어째….
어째….
어째…. 사실은 내게 하는 말이다. 어떡하지? 그럼 우리 아이들은 내가 혼자 돌봐야 하나? 언제까지? 독감이면 접촉을 피하는 게 맞겠지? 코로나처럼 아내가 격리를 해야 하나? 그럼, 정말로 나 혼자 깨우고 입히고 먹이고 놀아주고 달래고 씻기고 재워야 하나?
나, 그거 혼자서 할 수 있나?
“하루 만에 어떻게 이렇게 바뀌지? 신기하네.”
수액을 맞고 돌아온 아내가 말한다. 어제저녁 무렵 목이 칼칼하고 아프다던 아내는 새벽에 열이 올라 밤잠을 설쳤다. 아침이 되어 진료를 받고 오겠다던 아내는 요즘 한창 유행이라는 독감 꼬리표를 달고 돌아왔다. 목이 부었는지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두 눈은 빛을 잃고 텅 비었다. 아내는 점심을 먹으러 나오라고 깨울 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약을 먹은 아내는 다시 잠이 들었다. 혹시 아이들에게 옮지는 않을까 아이들을 2, 3일 정도 맡아줄 사람은 없을지 알아봤지만 때가 좋지 않았는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냥, 지금은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아내를 격리시켜야 하는 건지. 식사는 따로 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마스크를 쓰고 평소처럼 지내는 게 좋을지. 정답이 없다. 어느 길로 가도 어렵고 불편하다.
때로는 그저 버티는 게 답일 때가 있다.
일단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길고 고단할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해, 내가 가진 가장 진한 원두를 꺼낸다. 커피 리브레의 중강배전 블렌딩 ‘버티고’다.
18g의 원두를 빈트레이에 올려 결점두를 걸러내고 모래처럼 곱게 간다. 고소한 견과류 향이 벌써부터 주방에 퍼진다. 포터필터에 분쇄된 원두를 담고 침칠봉으로 휘휘 저은 후 탬퍼로 누른다. 꾹. 평소보다 조금 더 단단할 퍽이 되었다.
원두층을 뚫고 에스프레소가 진득한 크레마와 함께 물줄기를 만든다. 묵직한 초콜릿과 견과류의 향이다. 앞으로 길고 길 며칠을 각오하게 만드는 한 잔.
살다 보니 얻게 된 교훈 하나.
때로는 그저, 무작정 버티는 게 답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