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밑져야 본전인 CV 및 컨택 메일 작성

본격적인 입시 모드 돌입의 시작점

by 카일

어학 성적 준비가 얼추 마무리되는 가운데 올해 입시에 지원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CV를 만들어 지원하고자 하는 교수에게 컨택할 준비를 해야 한다. CV는 학계에서 통용되는 이력서다. 처음 만들 때 잘 만들어두면 입시뿐 아니라 박사과정 내내 유용하게 쓸 수 있으므로, 한번 만들 때 잘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다 만든 후에는 프로그램 서칭을 통해 알아둔 잠정적 지도교수에게 CV를 붙인 컨택 메일을 보내면 된다. 글 제목에 언급했듯, 컨택은 지원자 입장에서 ‘밑져야 본전’인 남는 장사이므로, 원서를 쓰기 전 해두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CV,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나


학계에서 통용되는 CV 양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러나 상담 분야에서는 clinical experience를 professional experience와 분리해 별도의 섹션으로 기술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가급적 타 분야의 CV를 참고하기보다 주변에 상담 전공으로 유학을 간 선배가 지원 당시 활용했던 CV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구글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상담 분야의 CV를 찾고 싶다면, 검색할 때 counseling과 같은 키워드를 꼭 포함해야 한다. 임상심리학(clinical psychology) 전공 지원자도 상담 전공 지원자와 다르지 않은 CV를 활용하므로 이쪽을 참고할 수도 있겠다.


상담심리학 분야 CV 예시 (출처: University of Denver)


들어가야 할 내용. CV에는 꼭 들어가야 할 내용과 지원자의 선호에 따라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는 내용이 있다.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으로는 학력(education), 연구경력(research experience), 추천인 목록(references)이 있고, 그 외에 연구 관심사(research interests), 업무경력(professional experience), 임상경력(clinical experience), 과외/봉사경력(extracurricular/volunteer experience), 교수경력(teaching experience), 수상경력(awards/scholarships/fellowships), 출판물(publications), 학술발표(presentations) 등을 CV에 넣을 수 있다. 어떤 경력이든 위쪽부터 최근에 쌓은 경력이 오도록 적어야 한다. 또한 불릿을 활용해 해당 경력에 대한 부연설명을 몇 문장으로 정리해 넣을 수도 있다. CV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경우 읽기에 불편할/귀찮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4-5장 내외로 맞추는 것이 좋다.


주의해야 할 몇 가지 포인트. CV를 쓴 적이 없는 한국인 지원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몇 가지를 모아봤다.

학력을 맨 위에, 추천인 목록을 맨 아래에 넣되, 중간에는 고정된 순서를 따르지 말고, 가장 부각하고 싶은 스펙부터 차례대로 넣는 것이 좋다. 연구경력에 비해 임상경력이 화려하다면 임상경력을 학력 다음에 넣고, 그 다음에 연구경력을 넣는 식이다.

teaching experience에 교육봉사나 과외,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등을 진행한 경력을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CV에 포함되는 teaching experience는 대개 대학 이상에서 가르친 경험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력은 extracurricular 또는 volunteer experience에 넣으면 됨)

미국에서는 award, scholarship, fellowship을 구별한다. 한국에서 받는 장학금은 대개 scholarship에 속한다.

references에는 (잠정적) 추천인 3명의 이름과 직위, 이메일 주소를 넣는다. 3명 중 1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도교수여야 한다. 상담 분야에서는 임상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 직장 상사 또는 수퍼바이저를 1명 정도 추천인으로 넣는 경우도 있다.

불릿을 활용해 부연설명을 넣을 때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현재형 시제를, 이미 마친 일은 과거형 시제를 사용한다. (예: lead a group counseling ... [현재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음] vs. led a group counseling ... [과거에 집단상담을 진행했음])


아직 출판된 실적이 없거나 적은 경우. 석사과정을 마친 지원자라 할지라도 논문 출판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원고 작성을 마치지 못해 publications 섹션에 넣을 만한 것이 없거나 적을 수 있다. 이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 research experiences라는 섹션을 별도로 만들어 프로젝트 이름, 직위, PI, 연구 진행 시 수행했던 내용을 제시할 수 있다.


research experience 기술 예시


준비중인 원고나 출판 전 수정 단계를 거치고 있는 논문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CV에 포함할 수는 있다. 이때 in progress(원고를 ‘쓰고 있는’ 상태)in press(게재가 확정되어 출판 직전인 상태)를 혼동하면 안 된다.


publications 기술 예시 (지원 당시 게재된 논문이 고작 1개였음)


업무경력. 상담 분야에서는 상담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업무경력도 CV에 기술하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다. 아르바이트든 봉사든 넣을 만한 경력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포매팅. CV를 만들 때 MS 워드의 스타일 기능을 잘 활용하는 것이 보다 깔끔한 CV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섹션 제목, 부제목, 본문 각각을 스타일 포맷으로 지정한 후 바꿔가며 쓰면 된다.


CV와 SOP는 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자료다. 특히 CV는 지원자의 얼굴과도 같은 문서이므로, 누군가에게 보내기 전 오타나 잘못된 내용이 들어가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점검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 상담 전공으로 유학을 간 선배가 있다면, 해당 선배에게 연락해 지원 당시 활용했던 CV를 요청해 이를 참고하는 것이 작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모쪼록 박사를 마친 사람이나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여러 번 내용을 검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PPL 하나. 작가가 제공하는 조력 서비스(링크)를 활용하면, 작성한 CV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주변에 상담 전공으로 유학 간 선배가 없다면 더욱 추천!)



컨택, 언제 해야 하나


지난 글에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타임라인에는 5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컨택을 진행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때는 미국의 여름방학 기간으로, 대부분의 교수가 오피스에 출근하지 않기에 컨택에 대한 답 자체가 늦어질 수 있다. 또한 다음 해 입시는 가을학기가 시작하고 나서야 얼개가 잡히므로, 그 전에 컨택하면 해당 교수 또는 프로그램이 다음 해에 학생을 뽑는지 안 뽑는지조차 확인받기 어렵다. 다만 일찍 컨택했을 때의 장점도 있다. 교수에게 미리 눈도장을 찍어두기 좋고, (운이 좋으면) 입시 전 별도의 미팅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개강하고 나면 다들 바빠지기 십상이기에, 미팅은커녕 누군가의 컨택 메일에 성의 있는 답을 보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컨택의 적기는 어디까지나 지원자의 준비 상황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여름방학 무렵에 어학 성적과 CV 준비가 끝난 상황이라면, 굳이 개강을 기다리기보다 여름방학 동안 컨택을 해두고, (이때 입시와 관련된 확답을 받지 못했다면) 개강 후 한 번 더 지원 의지를 다시 어필하는 식으로 연락을 이어가면 된다. 반면에 9월, 미국의 가을학기 개강 시점까지 컨택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10월이 가기 전까지 컨택부터 빠르게 마치는 것을 추천한다.


참, 메일을 보내기 전 교수, 프로그램, 학교 이름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낸 후에 틀린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정말 흔한데, 이것만으로도 교수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상담심리학과 상담사교육 전공 둘 다에 지원하는 경우 더더욱!)



컨택, 어떻게 해야 하나


컨택 메일은 대개 1) 제목, 2) 글머리, 3) 간략한 자기소개, 4) 연구 관심사, 5) fit에 대한 설명, 6) 학생 선발 계획, 7) 마무리 순으로 구성된다. 각각에 대한 설명과 예시를 아래에 정리했다.


제목. 컨택 메일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제목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애매한 제목을 붙일 경우 교수가 이를 열어보지도 않을 수 있다.

Prospective PhD Student Interested In ...

Prospective Student in Counseling Psychology Program at ...

Prospective PhD Applicant Inquiry ...


글머리. Dear Dr. (성)이 가장 무난하다. Mr, Mrs 같은 호칭은 금물이다.


간략한 자기소개. 내가 어디서 뭐하는 사람인지, 왜 이 메일을 보내는지를 2-3문장으로 아주 짧게 기술한다. 여기서부터 구구절절 적으면 안 된다.

My name is XXX, and I am currently a xth-year master's student in YYY at Z University, South Korea. I am writing to express my interest in joining the Counseling Psychology PhD program at A University under your guidance, starting in Fall 20xx.


연구 관심사. 마찬가지로 짧게, 내 연구 관심사를 2-3문장으로 기술한다.

Throughout my professional journey as a counselor in K-12 schools and a college, combined with my research background, I have developed a strong passion for exploring the experiences of ...


fit에 대한 설명. 언급한 내 연구 관심사가 어떤 면에서 해당 교수의 연구 관심사와 잘 맞는지를 설명한다. 앞선 내용까지는 복사-붙여넣기해도 무방하지만, 이 대목에서만큼은 컨택하는 교수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을 근거와 함께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Currently, I am engaged in writing my master's thesis. Guided by the framework of multicultural and social justice counseling competencies, I was drawn to your prolific body of work. Your scholarly contributions underscore the significance of a culturally responsive approach, deeply rooted in ... Notably, your collaboration with X (20xx) has proven to be an invaluable resource, shaping my perspective and enabling me to derive actionable insights for enhancing the counseling training system in South Korea. Recognizing the remarkable alignment between our research pursuits, I wanted to reach out and establish this connection.
While conducting research for my master's thesis, I came across your conceptualization of ... based on the multicultural counseling competencies framework. Your work has been invaluable to me, as it provided the foundation for my study on ... Furthermore, I was deeply impressed by your recent research on ... As a ..., I found your work to be a compelling exploration of the reality of ... experienced within oppressive environments and the potential points of intervention.
During my research for my master's thesis, I came across your groundbreaking works on ... and ... The instruments you have developed, such as X and Y, have served as vital tools for shedding light on the significance of ... within our field, particularly in training of practitioners. I find this aspect of your research both inspiring and relevant to my own academic pursuits.


학생 선발 계획. 아무리 fit이 잘 맞는 교수여도, 그해 입시에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따라서 다음 해에 지원하려 하는데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I would greatly appreciate it if you could inform me whether you will be accepting new graduate students this year.


마무리. CV를 붙였으니 참고해달라는 말을 남긴다. 끝에는 Best regards, Best, Sincerely, Warmly 등과 같은 표현을 적고 그 아랫줄에 이름을 적으면 된다. 이메일 가장 하단에 들어갈 서명(signature)도 이참에 하나쯤 마련해두면 좋다.

I have attached my CV for your review, in case you are interested. I am sincerely grateful for your time and consideration of my request.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Best regards,
(이름)

(성 이름), Master's Student in Counseling
Department of X, Y University


요즘은 ChatGPT와 같은 LLM 모델이 아무렇지 않게 이메일을 써내는 세상이 되었지만… AI를 사용한 것이 너무 티가 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컨택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밑지는 장사가 되는 셈!) 따라서 해당 교수의 연구 관심사와 저작물을 살핀 후 이를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하는 데까지 AI의 도움 없이 진행하고, 교정 단계에서만 AI를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컨택에 답이 안 온다면


컨택 메일을 보낸 후 답을 기다리느라 점점 초조해질 수 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컨택 메일을 보낸 시기가 방학이라면, 1달 이상 답이 늦어지는 것도 예삿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대개 개강 후부터는 다들 메일을 제때 확인하는 편인데, 교수도 인간인지라 대충 읽다 답하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보낸 지 2주 정도 지났는데도 답이 없을 때는 한 번 더 팔로업 메일을 보내는 것이 좋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유학의 첫 관문, 어학 성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