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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요청 및 추천서 개요 작성

무시할 수 없는, 추천서의 효력 살리기

by 카일

추천서는 지원자의 자질을 제3자의 시선에서 전하는 일종의 증언을 담은 문서다. 증언은 제3자가 아닌 그 사람과 직접 관련이 있는 증인에게 요청하는 것처럼, 추천서 또한 자신에 대한 증언을 충실하게 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 추천서 문화가 자리 잡혀 있지 않아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으므로, 개요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더 좋은 추천서를 받는 데에 도움이 된다.






추천서,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나


통상적으로 박사과정 지원 시 제출해야 할 추천서는 총 3장. 따라서 추천인 또한 최소 3명을 확보해야 한다. 박사과정 특성상 교수를 추천인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히 ACA 상담사교육 전공 지원 시) 수퍼바이저나 직장 상사를 추천인으로 삼아 현장 및 임상 경력을 강조할 수도 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소위 빅 가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지만, 상담 관련 전공에는 추천인의 명성 내지 지위보다 추천서의 내용을 좀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혀 있다. 한국인 지원자 입장에서 학부나 석사를 미국에서 마친 게 아니라면, 미국인 교수를 추천인으로 삼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잘들 붙는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원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천인 3명 중 1명은 지도교수가 되어야 한다. 나머지 2명은 지원자가 재량껏 정할 수 있는데, 최근 1년 이상 뭔가를 같이 한 경험이 있어 지원자에 대한 증언을 충실하고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나열한 추천인의 요건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전에 대한 증언보다는 가까운 시점에 대한 증언이 더 큰 힘을 갖는다. 아무리 좋은 경험이었다 한들, 오래 전에 이루어진 경험은 ‘지금’ 이 지원자가 얼마나 좋은 자질을 갖췄는지를 판가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1년 이상: 추천인이 지원자와 함께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증언에 힘이 실린다. 지도교수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2년 이상 지원자를 가르치고 함께 협업했다는 점에서다.

뭔가를 같이 한 경험: 연구나 프로젝트, 업무 등을 같이 한 경험에 입각한 증언을 추천서에 담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의를 통해 가르친 경험, (협업 없이) 알고 지낸 경험 등은 추천서의 재료로 쓸 수 있으나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증언을 충실하고 풍부하게: 추천서에는 두루뭉술한, 근거 없는 내용보다 명확하고 근거에 입각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따라서 지원자의 퍼포먼스와 자질에 대한 설명 등을 여러 일화나 오랜 시간 이루어진 관찰 등을 근거 삼아 증언할 수 있는 추천인을 찾아야 한다.



부탁, 여러 번에 걸쳐 하기


그해 원서를 접수하기로 결정했다면, 추천인이 될 만한 사람에게 근시일 내에 추천서 작성을 부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려 반응을 살피기 바란다. 당연히 해줄 줄 알고 무작정 부탁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밑작업(?)을 해두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때 딱 3명에 맞추지 말고, 좀 더 여유 있게 추천인 풀(pool)을 마련하는 것을 권장한다. 막판에 추천인의 사정으로 추천서를 받기 어려워지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추천서 작성을 정식으로 부탁할 때는 지원할 프로그램의 목록을 엑셀로 정리해 첨부한다. 이때 엑셀 파일에 학교 이름, 전공 명칭, 원서 접수 마감일, 프로그램 홈페이지, 관심 교수, 연구 관심사 등과 더불어 추천서 접수용 링크 발송 여부추천서 접수 완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칸을 넣어야 한다.


엑셀 예시: 링크 발송 여부와 접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리마인드해야 함


통상적인 추천서 접수 과정은 이렇다. 먼저 지원자가 원서에 추천인 이름과 이메일 주소(gmail 안 됨, 반드시 기관 이름이 들어간 공식 이메일을 사용할 것)를 등록하면 추천서 접수용 링크가 추천인의 이메일로 발송된다. 추천인은 해당 링크를 활용해 지원자의 추천서를 발송하게 되는데, 지원자는 원서 접수용 포털에서 이 링크가 추천인에게 정상적으로 발송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추천인의 추천서 발송 여부 또한 원서 접수용 포털에서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만약 추천인에게 링크를 발송했는데 추천서 접수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추천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 기한 안에 추천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리마인드해야 한다.



추천서의 주안점에 따른 개요 쓰기



추천서에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인간적 자질, 연구 역량, 뛰어난 학업, 리더십, 협업 능력, 상담사로서의 역량 등… 이 많은 내용을 하나의 추천서에 모두 담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추천서마다 다양한 강점이 너무 겹치지 않게 들어갈 수 있도록 주안점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개요를 추천서 요청과 함께 보내는 것을 권장한다. 주안점을 설정할 때는 추천인의 특성과 그와 함께했던 경험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 예시는 다음과 같다.

지도교수: 인간적 자질, 협업 능력, 의사소통능력 등 지도학생으로서 됨됨이에 대해 주로 서술

강의를 다수 수강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교수 1: 강의를 통해 확인한 뛰어난 학업과 상담사로서의 역량,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한 협업 능력과 연구 역량에 대해 주로 서술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교수 2: 연구 역량과 더불어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리더십, 성실성 등 동료로서 부각되는 강점에 대해 주로 서술


주안점을 설정했다면, 이에 맞춰 추천서에 들어가면 좋을 내용을 개요로 작성한다. 개요에는 추천인과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이것이 어떤 강점으로 연결되는지를 담아낸다. 추천인의 입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불릿으로 정리해 전달하는 선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추천서에 꼭 들어가면 좋을 말이나 키워드가 있다면, 이를 개요에 적고 내용에 넣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추천서를 대필해야 한다면


추천서는 추천인이 직접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추천인이 추천서를 작성한 경험이 없거나 추천서를 영어로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 지원자가 추천서를 대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한들 용납되는 일이 아니며, 만약 이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질 경우 무결성(integrity)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간주되어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다.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면…

추천서는 추천인의 객관적 평가를 전제로 하는 문서이므로 지나치게 주관적인 내용이 담겨서는 안 된다. 또한 추천인이 기억하지 못할 법한 에피소드를 너무 상세하게 서술할 경우 그 진위를 의심받을 수도 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지어서 쓰거나 사소한 내용을 부풀려 쓰는 것도 금방 티가 나게 되어 있다.

추천서를 발송할 때는 추천인의 기관용 메일을 활용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gmail 등을 활용할 경우 무효로 취급된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추천서와 더불어 지원자의 상대적 위치를 수치로 평가하게끔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 최고 수준의 평가를 남발하는 것은 그 추천인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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